김성근 감독 “점 빼다가 길을 찾았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월 12일 05시 45분


한화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말 일명 ‘검버섯’이라고 불리는 얼굴의 점들을 모두 제거했다. 김 감독은 그때 다시 ‘지옥훈련’을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한화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말 일명 ‘검버섯’이라고 불리는 얼굴의 점들을 모두 제거했다. 김 감독은 그때 다시 ‘지옥훈련’을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검버섯제거수술 받은 김성근 감독

점 빼고 아픈 일주일 보냈더니 얼굴 깨끗
그때 ‘자율 훈련?지옥 훈련?’ 답 찾았지
예전처럼 강한 훈련으로 몰아붙일거야
고통스러워도 그건 과정일 뿐이니까…


“점을 빼다가 깨달았어. 허허. 갈 방향이 정해졌어.”

한화 김성근(74) 감독이 겨울 동안 변신을 했다. 올 시즌부터 카메라에 잡힐 때 유심히 보면 한눈에 알아차릴지 모른다. 얼굴이 깨끗해졌기 때문이다. 일명 ‘검버섯’이라고 부르는 거뭇거뭇한 점들을 모두 제거하는 시술을 한 것이다. 검버섯의 정확한 의학용어는 ‘지루 각화증’으로, 50대 이상의 중·노년층에 생기는 일종의 피부질환이다.

김 감독은 “작년에 대전구장에 앉아있을 때 TV 카메라에 얼굴 오른쪽이 자주 찍혔는데, 이쪽에 점이 더 많았다. 내가 TV를 봐도 많구나 싶었다”며 웃더니 “주변에서 점을 빼라고 해서 지난 연말에 병원에 가서 뺐다. 그런데 거기서 헤매던 길을 찾았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훈련부터 지도방식에 변화를 주는 듯했다. 코치와 선수들에게 자율권을 주면서 한발 떨어져 훈련을 지켜봤다. 스스로 “내가 감독이 된 다음에 처음으로 90%는 맡기고 봤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동안 걸어왔던 길을 포기하고 ‘자율훈련’으로 가느냐, 아니면 다시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 ‘지옥훈련’을 하느냐. 깊은 고민에 빠져있던 김 감독은 ‘점 빼기 시술’을 하면서 결국 스프링캠프부터는 예전처럼 강한 훈련으로 선수단을 몰아붙여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사연은 이렇다. 병원 측은 당초 김 감독에게 “한꺼번에 모든 점을 제거하기는 어려우니 일주일에 한번씩 3주 동안 병원에 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지난달 29일 강연을 하기로 약속을 해놓은 상태였다. 결국 하루에 모든 시술을 끝내고, 일주일 내로 얼굴을 치료해야만 했다. 시술 후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퉁퉁 부어 있었다. 그런데 기적처럼 일주일 만에 얼굴이 깨끗하게 나아 강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처음엔 너무 아프기도 하고 해서 후회가 막심했지. 그때는 의사가 감독이고, 내가 선수야. 이게 선수의 심정이 아닐까 싶었다. 선수들도 캠프 가서 훈련 받을 때 속으로 ‘죽겠다’ 그러잖아. 다들 나보고 할아버지 같다고 하다가 이제 젊어 보인다고 그래. 아픈 걸 견뎌냈더니 편해졌어. 거기서 깨달았지.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이게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을.”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한화 선수단은 결국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지옥훈련’을 각오해야할 듯하다. 김 감독은 그러면서 한 가지 덧붙였다. “의사가 내 강연날짜를 맞춰주느라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놀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치료해줬어. 그 의사가 그동안 내가 잊어버리고 있던 걸 다시 되새겨준 것 같아. 사명감이지. 그리고 열정이지.”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