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이 기억하고 싶은 이름, 이두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3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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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생애 첫 ‘평균자책점 상’을 받은 뒤 양현종(KIA·27)은 갓난쟁이 딸도, 결혼식을 앞둔 아내도 아닌 ‘두환이’의 이름을 불렀다. “하늘에 있는 제 친구 두환이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라고.

2006년 쿠바 세계청소년야구대회에서 김광현(SK)은 최우수선수(MVP)에 올랐고, 양현종은 최우수 좌완투수상을 받았다. 당시 최우수 1루수상을 받았던 이두환은 프로무대에서 단 하나의 홈런만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양현종은 “두환이의 프로 두 번째 안타는 저한테 쳤어요. 자기가 처음 선발로 나가니까 볼 하나만 좋게 달라고 하더라고요. 삼진이랑 범타로 잡아서 놀리려고 했었는데 밋밋한 공을 안 놓치고 바로 안타를 치더라고요.”

2011년 두산에서 KIA로 이적한 이두환은 대퇴골두육종 판정을 받고 2011년 겨울부터 1년 동안 병원에만 있었다. 양현종에게 이두환은 ‘아쉬움 덩어리’다. 그는 “2012년에 대표팀 친구들이 성적이 너무 안 좋았어요. 두환이는 병원에서 야구만 봤을 텐데. 지나고 생각해보면 그때 저희 성적이 좋았더라면 두환이가 좀 덜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게 제일 마음이 아파요”라고 말했다. 또 “KIA 유니폼 같이 입고 찍은 사진 한 장조차 없다는 게 아쉽죠. 금방 나올 줄 알았는데 전지훈련 갔을 때 다리 절단 소식을 듣고 많이 울었죠. 이렇게 아팠었나 미안하기도 하고”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청소년대표시절 함께 우승일 일궜던 88둥이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12월 20일 ‘일일주점’을 연다. 수익금은 소아암, 혈액암 환자들을 위해 전액 기부한다. “벌써 10년이네요. 친구들한테 고맙죠. 고3 때 약속했거든요. 해마다 한번은 꼭 만나자고.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기도 해요. 두환이 기일(21일) 맞춰서 다 (서울로) 올라오거든요.”

양현종의 모자에는 늘 이두환의 이니셜(DH)이 새겨져있다. “새로 받으면 바로 적어요. 늘 첫 훈련 전날 모자에 쓰면서 생각 많이 해요. 저만큼이나 팬들도 생각했으면 하고 새겼는데 생각보다 많이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 감사해요.”

임보미기자 bom@donga.com
#양현종#이두환#k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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