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연패 KB손보 끝없는 추락…원인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24일 05시 45분


KB 손해보험 강성형 감독. 스포츠동아DB
KB 손해보험 강성형 감독. 스포츠동아DB
주포 마틴·세터 권영민의 예상밖 부진
코트 위에서 선수들 이끌 리더의 부재
감독 못믿는 프런트…현장 존중 필요


9연패다. KB손해보험으로선 12번째 맞은 V리그에서 처음 겪는 참사다.

실업배구 명문 금성사로 출발해 LG화재∼LIG손해보험으로 이어진 역사를 물려받아온 KB손해보험이 ‘2015∼2016 NH농협 V리그’에서 1승10패로 바닥을 헤매고 있다. 새 팀에서 새 역사를 만들겠다는 의욕은 컸지만, 2라운드가 끝나기도 전에 슬픈 현실에 직면했다. 앞으로도 쉽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주전 센터 하현용은 22일 훈련 도중 인대가 끊어져 전치 9개월의 진단을 받고 시즌 아웃됐다. 앞으로 더 가시밭길이다.

연패라는 괴물은 한 번 물면 더 깊은 곳으로 끌고 들어가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선수들은 연패가 쌓여갈수록 그 부담에 더욱 몸이 무거워지고 마음이 급해진다. 선수단, 프런트 중 어느 한쪽이라도 중심을 잡고 올바른 길을 찾아내지 못하면 수렁은 더 깊어진다.

준비는 많았지만 초반 여기저기서 엇박자가 난다!

훈련량은 많았다. 정식으로 지휘봉을 잡은 강성형 감독은 차분히 새 시즌을 준비했다. 팀의 고질적 문제점인 서브 리시브와 수비 불안, 고비에서 이어지는 범실은 쉽게 개선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버텨줄 것으로 믿었다.

변수는 시즌 직전 베테랑 이경수를 강제로 은퇴시킨 타이밍이었다. 아쉬웠다. 그동안 팀의 상징적 존재였던 이경수를 정리한 것은 ‘앞으로 KB손해보험은 김요한을 중심으로 간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다만 그렇게 결정했다면, KOVO컵 때 은퇴무대를 마련해주는 것이 서로에게 좋았을 텐데 타이밍을 놓쳤다. 이경수는 올 시즌에도 선수생활을 계속할 것으로 믿었다. 의무적으로 받는 도박방지교육에까지 참가했는데, 느닷없이 은퇴 통보를 받았다. 신인드래프트로 선수단 엔트리를 정리할 필요가 생겨서 그런 것이지만, 팀의 상징적 선수를 그런 식으로 내쳐선 안됐다. 선수들에게 팀을 위한 충성심을 요구할 명분이 사라져버렸다.

시즌 개막 후로는 주포 마틴과 김요한이 엇박자를 냈다. 초반 김요한이 괜찮았는데, 마틴이 기대만큼 큰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마틴은 대한항공에서 뛰던 당시의 모습이 아니었다. 높지만 느렸던 플레이를 더욱 빠르게 만들기 위해 에드가를 버린 결정이 후회스러울 정도로 마틴의 지금 모습은 기대이하다.

흔들려도 리더는 없다!

10월 18일 우리카드를 상대로 간신히 3-2 승리를 거뒀는데, 그것이 올 시즌 처음이자 마지막 승리다. 이후 연패가 시작됐다. 당초 시즌 구상은 초반에 많은 승수를 쌓은 뒤 버티는 것이었는데, 처음부터 틀어져버렸다. 기술적으로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세터 권영민의 부진도 한 몫을 했다. 그동안 KB손해보험 배구의 모든 문제점은 세터로부터 비롯됐다고 구단은 믿었다. 그래서 구단은 과감하게 권영민을 트레이드해왔다. ‘신의 한수’라는 평가를 기대했다. 세터 덕분에 완전히 달라진 팀을 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만으로는 아니다. 권영민은 한창 때의 토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불안한 서브 리시브 탓인지, 아니면 공격수와 타이밍을 맞추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인지는 코칭스태프가 판단할 일이다.

패배가 거듭되면서 첫 세트를 이기고도 2세트 팽팽한 상황에서 먼저 실수한 뒤 모래성처럼 무너져버리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현대캐피탈이나 OK저축은행처럼 플레이가 빠른 것도, 삼성화재처럼 연결이 좋은 것도 아닌, 힘과 높이는 있지만 빈틈이 보이는 특징 없는 배구를 하고 있다. 이런 위기에서 필요한 것은 리더인데, 지금 KB손해보험에는 코트에서 흔들리는 동료를 이끌어줄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다.

● 프런트의 과도한 열정과 관심은 독이다!

남자부 7개 구단 중 유일하게 KB손해보험 사무국장은 전력분석관석 쪽에서 경기를 지켜본다. 지난 시즌 이운임 경기 감독관은 이선규와 노재욱의 충돌사건 때 전력분석관석 곁에 있던 LIG손해보험 사무국장을 코트 밖으로 내보냈다. 지금 KB손해보험 사무국장은 선수시절 유명한 세터였다. 프로팀의 코치까지 했다. 누구보다 배구 전문가다. 이런 사람이 전력분석관석 뒤에서 경기 도중 다양한 몸동작을 하고 있다. 두 팔을 높이 지켜들고 이런 저런 동작을 하는 것을 본 한국배구연맹(KOVO)은 사인 훔치기까지 의심했다. 주의 깊게 관찰했지만 수상쩍은 것은 없었다. KB손해보험 사무국장은 선수생활의 경험과 승리에 대한 열정이 지나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혼자서 몸을 쓰면서 애를 태우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오해하기 십상인 모양새다.

LIG손해보험 때부터 프런트의 지나친 관심과 열정이 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유명했던 KB손해보험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항상 감독을 희생양 삼아 교체하고 리셋을 반복하다보니, 선수들은 바뀌지 않은 채 감독만 들고 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 바람에 팀을 오래 이끌어줄 문화가 생길 틈이 없었다. 팀의 문화는 줏대 있는 지도자와 선수들의 치열한 전쟁 끝에 만들어진다. 욕을 먹더라도 선수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내일을 준비해야 할 사령탑은 패전의 희생양으로 만들어 쉽게 날릴 그런 존재가 아니다.

한마디로 현장의 감독이 강해야 좋은 팀이 된다. 지금 KB손해보험은 문제해결방법을 내부에서 찾지 않고, 밖으로 눈을 돌리려고 한다. KB손해보험의 문제가 무엇인지 배구인들은 다 안다.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누구인지, 누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지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된다.

프런트는 위기에서 현장의 잘못을 분석하고 누군가 희생양을 찾기보다는 어떻게 현장을 도울 것인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희생은 배구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지금 KB손해보험에 필요한 것은 프런트의 희생이다. 그 다음은 현장과의 협력이고, 현장 존중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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