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리빌딩은 ‘KIA처럼’…기적이 된 작은 기행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8월 3일 05시 45분


개막 전까지만 해도 최하위권으로 꼽혔던 KIA는 김기태 감독의 끈끈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단기적인 성적과 장기적인 팀 재건 두 가지 목표에 한 발 한 발 다가가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개막 전까지만 해도 최하위권으로 꼽혔던 KIA는 김기태 감독의 끈끈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단기적인 성적과 장기적인 팀 재건 두 가지 목표에 한 발 한 발 다가가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올 시즌 투수 25명·야수 26명에게 기회
포기 대신 효율적 변칙야구로 반전 계기
후반기 9승3패…‘5강 싸움’ 다크호스로


할 만큼 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전반기를 끝냈을 때 KIA는 승리보다 패배가 6개 많았다. 7월 2일부터 14일까지 10경기에서 1승9패로 추락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통상 여름에 떨어지면 다시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데 KIA는 2일까지 후반기 9승3패의 반전을 이뤄냈다. 특히 7월 28일 광주 SK전부터 2일 대전 한화전까지 6연승을 달렸다. 승률 5할(47승47패)을 맞추며 5위 한화에 0.5경기차로 따라붙었다. 역전승과 홈런이 많아 짜릿한 재미까지 듬뿍 안겨준다. 고단한 리빌딩의 여정에서 이런 결과를 냈다는 사실이 더 의미심장하다.

● 리빌딩의 모범사례 밟고 있다


단기적으로 KIA가 왜 잘 하느냐, 어디가 달라졌느냐는 접근의 핵심이 아닐 수 있다. 언제든 다시 하락 반전될 불안정성을 가지고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KIA는 김기태 체제 출범부터 2년 후인 2017시즌을 승부처로 봤다. 거기서부터 역산(逆算)을 해서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2015시즌은 2년 후 전력 자원을 두껍게 만드는 초석을 까는 시간이다.

실제 2일까지 KIA는 올 시즌 1군 엔트리에 투수 25명을 올렸다. 포수는 4명, 야수는 26명을 기용해 기회를 줬다. 김 감독은 시즌 전, “40인 엔트리를 머릿속에 그리고 하겠다”고 했는데 트레이드와 용병 교체 등이 겹치며 가용인원은 더 늘어났다.

대개 리빌딩은 성적을 포기하다시피하며 선수를 키우는 것으로 받아들이곤 하는데 김 감독은 달랐다. 개막 이전부터 ‘그 누구보다 편한 조건에서 KIA를 맡은 것 아니냐’는 주변의 위로(?)에 동의하지 않았다. 남모르게 성적 스트레스가 심했다. 패배만 쌓이는 리빌딩은 리빌딩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선수단에 근성을 불어넣으려 애썼다. 김 감독의 숱한 ‘기행’들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 KIA의 기적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많은 사람들이 한화에 주목했지만 진짜 2015시즌 가장 경이적인 팀은 KIA에 가깝다. 파격적인 지출을 감당한 한화와 달리 KIA는 그룹 차원에서 공을 들인 윤석민 복귀 외에는 조용한 행보를 보였고, 예상치를 뛰어넘는 효율을 보였다.

KIA는 다음주부터 외국인투수 에반 믹을 선발로 전환시킬 예정이다. 양현종∼스틴슨∼믹∼임준혁의 선발야구로 5위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다. 1일 한화전에서 마무리 윤석민이 3이닝(50구)을 던진 데 이어 2일엔 에이스 양현종이 9회말 3-2로 1점차 앞선 상황에서 투입됐다. 1사 2루에서는 윤석민을 또 올렸다. 1사 1·3루에서 황선일을 2루 땅볼로 유도해 비디오판독(합의판정)까지 불사하는 우여곡절 끝에 병살타로 경기를 끝냈다. 잡을 경기를 반드시 잡고 가는 변칙운용을 불사했다. 시즌 끝까지 KIA 팬들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적이다.

대전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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