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고… 쳐내고… 몸으로 쓴 신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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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 26일 제주전 700경기 출장 대기록
“다음은 777경기” 이대로면 2017년 가능

김병지는 17일 열린 K리그 올스타전에서 등번호 700을 달고 골문을 지켰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병지는 17일 열린 K리그 올스타전에서 등번호 700을 달고 골문을 지켰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600경기 출전 후 700경기 출전을 목표로 삼았지만 실현 가능성은 10%도 안 된다고 봤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또 여기까지 왔네요.”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전남의 골키퍼 김병지(45)가 26일 제주전에서 개인 통산 700경기 출장 기록(역대 1위)을 세운다. 이 부문 역대 2∼5위는 모두 은퇴했다. 현역 선수 중에서는 398경기를 뛴 이동국(36·전북)이 김병지 다음으로 많다. K리그 한 시즌 팀당 경기 수가 40경기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김병지의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1992년 울산 현대에서 프로에 데뷔해 포항, 서울, 경남 등 5개 팀을 거친 김병지는 국내 프로축구 선수 중 최고령이다. 소속 팀 전남의 노상래 감독과 1970년생 동갑내기인데 생일은 김병지가 더 빠르다. K리그 클래식 12개 팀 감독 중 김병지보다 나이가 많은 사령탑은 최강희(56·전북), 김학범(55·성남), 황선홍 감독(47·포항)뿐이다. 전남의 막내 이창민(21)은 김병지가 데뷔할 때 태어나지도 않았다. 이창민 이종호(23) 등 1990년 이후 태어난 전남 선수들은 김병지를 삼촌이라 부른다. 김병지는 26일 경기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도 45년 3개월 18일로 늘린다.

40대 중반이지만 김병지의 경기력은 여전하다. 그는 24일 현재 올 시즌 팀의 22경기 중 20경기에 나섰다. 20, 30대인 후배 골키퍼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다. 올 시즌 무실점 경기도 7번이나 있었다. 권순태(31·전북·8번)에 이어 리그 전체 2위. 김병지는 “전성기 때는 놓고 차는 골킥 비거리가 75m 정도였지만 지금은 파워가 떨어져 65m가량 날아간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쌓인 경험이라는 무기가 있어 괜찮다”고 말했다.

김병지는 프로 데뷔 후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1998년 10월 24일 포항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을 꼽았다. 당시 울산 소속이던 김병지는 후반 45분 드라마 같은 헤딩골을 터뜨리며 팀에 2-1 승리를 안겼다. K리그 최초 골키퍼 득점이었다. 이 헤딩골로 1, 2차전 합계 4-4를 만든 울산은 승부차기 끝에 포항을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가장 설�던 경기로는 1992년 9월 2일 데뷔전을 들었다.

김병지의 다음 목표는 777경기 출장. 계속 주전으로 뛴다면 2017시즌에 달성이 가능하다. 김병지는 “앞으로 2년은 더 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솔직히 3년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800경기 출장을 목표로 내세우지는 못하겠다”고 했다. 그는 “숫자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지금껏 해 왔듯이 뚜벅뚜벅 가다 보면 결실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병지는 그동안 100단위 출장 경기에서 이긴 적이 별로 없다. 100번째 출장이던 1996년 4월 17일 경기에서 승리한 뒤로 이후 100단위 다섯 경기에서는 모두 패했다. 그는 “예전에는 4-3으로 이기는 것보다 0-0으로 비기는 날이 더 좋았다”며 “하지만 이제는 내가 5골을 먹더라도 팀이 이기는 게 더 좋다. 700경기 출장의 개인 기록보다 팀 승리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김병지#700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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