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양석환 “5000원에 혹해 시작한 야구, 이젠 내 인생의 전부가 됐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6월 12일 05시 45분


LG 양석환. 스포츠동아DB
LG 양석환. 스포츠동아DB
■ LG의 미래 양석환

백운초 야구부원 없어 친구데려오면 용돈줬다
마르고 파워 약해 신인지명 불발…동국대행
동국대 유재호감독·신경식 타격코치 나의 은인
매순간 최선…선배들과 경쟁하며 많이 배운다

양석환(24)이 LG의 미래 핫코너 주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신일중∼신일고∼동국대를 졸업하고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양석환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타격 재능이 뛰어난 내야수로 주목받았다. 특히 동국대 4학년 때인 2013년 전국대학선수권대회에선 주장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와 타격상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1군에선 단 1경기에도 나서지 못했지만, 올 시즌 잭 한나한과 손주인 대신 주전 3루수를 맡아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5000원을 받으려고 시작했던 야구가 이제는 인생의 전부가 됐다”는 그를 11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만났다.

-요즘 활약이 대단하다.

“아니다. 주루나 수비나 쉬운 부분에서 좀 어이없는 실수가 나와서 보완해야 한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1군에서 뛰고 있는데 체력은 괜찮은가.

“2군에서 올라온지 얼마 안돼서 아직까지는 괜찮다. 그래도 지금부터 몸을 만들어놔야 날이 더워지면 도움이 된다고 선배님들이 말씀해주셔서 구장에 일찍 나와 꾸준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처음에 야구는 어떻게 시작했나.

“초등학교(백운초)에 야구부가 있었는데 선수가 많이 없었다. 당시 야구부 감독님께서 ‘야구할 사람을 데리고 오면 1만원씩 주겠다’고 해서 친구가 날 데리고 갔다. 그때 데려온 사람 5000원, 새로 온 사람 5000원씩 나눠 가지라고 했는데 초등학교 4학년한테 5000원은 큰 돈이었다(웃음). 그래서 야구부에 들어갔다.”

-5000원 때문에 시작했지만 프로야구선수의 길은 평탄치 않다.

“그 전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아버지와 일요일마다 글러브, 축구공, 농구공 다 가지고 공원에 나가서 운동했다. 또 다니던 초등학교에 야구부밖에 없었다. 야구부 유니폼도 멋있었다.”

-야구 명문 신일고를 나왔는데 졸업 후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 너무 말랐다. 키 182cm에 몸무게 69kg? 70kg이 채 안 됐다. 말라도 ‘뜬금포’로 장타를 치긴 했는데, 힘이 없어서 감독님께서도 대학 진학을 권유하셨다. 부모님도 대학에 가길 원하셨다.”

-동국대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실 1학년 때 야구를 그만둘 뻔했다. 당시 신입생 중에 유격수만 NC 강민국, kt 김병희, 나, 3명이었다. 민국이는 1학년 때부터 주전이었는데 나와 병희는 경기에 거의 나가지 못했다. 비전도 안 보이고 운동도 열심히 안했다. 그런데 2학년 때 새로 부임하신 유재호 감독님이 좋게 봐주셨다. 그때부터 열정을 되찾았다. 많이 먹고 몸을 불렸더니 야구가 잘 되기 시작했다.”

-대학교 때 잘해서 신인 드래프트에 대한 기대가 컸겠다.

“내가 신생팀 kt에 특별지명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데 2라운드까지 행사에 초청 받은 선수들 중에서 내 이름만 불리지 않았다. LG가 다행히 3라운드에서 날 불러줬다.”

-지난해에는 1경기도 못 뛰었는데 올 시즌은 주전 3루수로 뛰고 있다.

“솔직히 2군 캠프에 갔을 때만 해도 신경식 퓨처스 타격코치님이 ‘올해는 처음이니까 하루만이라도 1군에 등록이라도 돼보자’고 하셨다.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왔는데 운인 것 같다. 올해는 경험을 많이 쌓고 싶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안되는 부분이 뭔지 느끼고 보완해야 점점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핫코너를 두고 잭 한나한, 손주인과 경쟁해야 한다.

“(손)주인 선배님, 한나한과 경쟁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나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

-조언을 많이 해주는 선배는 누군가.

“정성훈 선배님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3루수를 보셨기 때문에 수비 실수를 했을 때도 ‘괜찮다. 몇 게임에서 실수가 없다가 처음 한 것인데 왜 신경 쓰느냐’고 다독여주셨다.”

-두산 김현수의 후배인데.

“(김)현수 형은 신일고 4년 선배다. 신일중과 신일고가 붙어있어서 자주 마주쳤다. 중학교 1학년 때 중고교 야구부가 같이 중국으로 캠프를 갔는데 그때부터 내가 작다고 귀여워해주셨다. 근데 지금은 커서 징그럽다고 한다(웃음).”

-신일고 출신 좋은 선수들이 많다. 그들을 따라잡기 위한 각오가 있나.

“주어진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게 내 신념이다. 공격이든, 수비든, 주루플레이든 매순간 최선을 다하다보면 성적은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그 생각밖에 없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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