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고위 간부 6명 체포…블래터 5선 도전 빨간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7일 17시 22분


코멘트
5선을 노리는 제프 블래터(79)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회장 선거를 이틀 앞두고 최대 위기를 맞았다.

외신들에 따르면 스위스 당국은 27일 취리히의 한 5성급 호텔에서 29일 열릴 회장 선거를 앞두고 모여 있던 FIFA 고위임원 6명을 한꺼번에 체포했다. 체포된 임원 중에는 회장 선거에서 블래터 회장 지지 연설을 맨 첫 번째로 할 것으로 알려진 에우헤니오 피게레로 FIFA 집행위원회 부회장도 포함돼 있다.

스위스 당국은 당초 10명 이상을 체포할 계획이었으며 현장에 없어 체포를 면한 임원들도 곧 체포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스 법무부는 성명을 발표해 이번 체포 작전은 미국 법무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체포된 인물들은 범죄인 인도요청에 따라 즉각 미국으로 이송될 수 있으나 본인들이 거부할 경우 최장 40일 간 추방이 유예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최대 14명의 FIFA 임원들이 부패혐의로 기소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산하 FIFA 간부들과 조직, 스포츠 미디어와 프로모션 업체들로부터 1억 달러(약 1100억 원) 이상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은 러시아와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과정에서 뇌물이 오간 정황을 포함해 199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가 FIFA 임원들의 부패 혐의를 조사하고 있으며, 구체적 증거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0년 열린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투표에서는 막대한 오일 머니를 뇌물로 썼다는 의혹을 받는 카타르가 경쟁자인 미국을 14 대 8로 누르고 유치에 성공했다. FBI의 수사는 이때부터 본격화됐고, 이에 체포될 것이 두려운 블래터 회장이 최근 4년 동안 미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FIFA 고위간부들이 대거 체포되면서 29일 회장 선거에서 승리가 확실시 됐던 블래터 회장은 최대 악재를 만났다. FIFA 회장 선거는 209개 회원국의 투표로 이뤄진다. 4선까지만 하겠다던 약속을 깨고 5선에 도전한 블래터 회장은 FIFA 6개 대륙연맹 가운데 5곳의 지지를 받아 회장 유임이 유력시됐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블래터 회장 체제의 부패가 부각될 경우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블래터 회장은 1998년 회장으로 집권해 지금까지 17년 동안 재임해왔다. 1981년부터 FIFA 사무총장을 지낸 점을 감안하면 무려 34년이나 FIFA 조직을 장악했다. FIFA는 ‘블래터의 왕국’으로 불리기도 했다.

블래터 회장이 오랫동안 왕국을 관리해온 방식은 지구상의 독재자들이 권력을 유지해 온 방식과 일맥상통하다.

월드컵을 비롯한 각종 FIFA 주관대회 개최지를 선정하는 집행위원회는 25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13명의 지지만 얻으면 어떤 나라던 개최지로 선정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 집행위원들이 수백 만 달러 이상의 뇌물을 받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통해왔다. 섭씨 40도의 날씨로 축구 대회를 열기 최악의 조건을 가진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이후 여러 명의 집행위원들이 뇌물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증거를 찾기가 워낙 쉽지 않은 구조여서 실제 처벌된 위원은 없다. 블래터 회장이 부패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측근들로부터 충성심을 얻어왔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회장 선거는 209표 중 105표만 얻으면 된다. 블래터 회장은 측근들이 포진된 회원국 축구협회에 ‘축구발전 보조금’을 뿌리고, 측근들이 이를 착복하는 것을 묵인하는 방식으로 표밭 관리를 해오고 있다고 미국 외교안보전문지 포린폴리시가 22일 보도했다. 지난달에도 블래터 회장은 카리브해 25개국 축구협회의 지지가 흔들리자 급히 바하마를 방문해 재선되면 4년 동안 최대 1억8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이 지역 축구협회에 뿌리겠다고 공약했다. 유럽에선 블래터 회장에 대한 반감이 팽배해 있다. 하지만 회장 선거에선 바하마와 같은 이름 없는 국가가 영국 독일 이탈리아와 같은 축구 강국과 똑같은 1표를 행사한다.

29일 열릴 FIFA 회장 선거에는 블래터 회장의 대항마로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40)가 나섰다. 외신들은 측근들이 대거 구속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막대한 돈을 틀어쥐고 뿌릴 수 있는 블래터 회장의 당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FIFA는 축구 관련 보유 현금이 15억 달러가 넘으며, 지난해 월드컵축구대회 중계권과 마케팅 권리를 팔아 57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그럼에도 스위스 취리히에 비영리 단체로 등록돼 세금도 내지 않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