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미 시즌 첫승…“하늘에 계신 아빠께 이 기쁨 드려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19일 05시 45분


이보미. 사진제공|르꼬끄골프
이보미. 사진제공|르꼬끄골프
JLPGA 호켄노마도구치 챔피언십 우승
1년전 투병 부친에 우승 안겼던 대회
“시상식 땐 아빠 보고싶어 눈물 날뻔…”

“아빠, 저 우승했어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상금왕에 도전하는 이보미(27·사진)가 기다리던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17일 열린 호켄노마도구치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마침내 시즌 처음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 전, 이보미의 마음은 복잡했다. 시즌 9개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만 4차례 하는 등 쉽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보미는 살짝 불안해했다. 그는 “준우승을 4번이나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혹시 이러다가 올해 우승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불안한 마음에 한국에 머물고 있는 스승 조범수 코치에게도 SOS를 청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조 코치가 합류했고, 이보미의 마음은 편해졌다.

“코치님이 오시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셨고 흐트러진 스윙도 바로 잡아 주셨다. 잠깐 동안 혼란스러웠던 나에겐 큰 힘이 됐다.”

불안감은 믿음으로 바뀌었다. 이보미는 “우승은 못했지만 내용면에서는 지난해보다 훨씬 좋아졌다. 내 경기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그러면서 ‘참고 기다리면 기회가 또 오겠지’라며 마음을 다스렸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이보미가 꼭 우승하고 싶었던 대회이기도 하다. 이 대회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많은 대회다.

작년 일이다. 이보미는 경기 중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조금 편찮으신 줄만 알았던 아버지가 암이라는 큰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처음 듣게 됐다. 아버지는 분신과 같은 존재였다. 초등학교 때 골프를 시작해 한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다. 늘 그림자처럼 옆에서 딸을 지켜줬다. 이보미는 투병 중인 아버지의 품에 우승트로피를 안겨줬다.

1년 만에 같은 무대에 선 이보미는 다시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 대회 우승만큼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경기 하는 내내 아빠 생각이 많이 났다. 그래서 더 열심히 쳤고, 아빠에게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시상식 때는 아빠가 보고 싶어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아빠가 좋아하실 것 같다”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우승의 기쁨을 전했다.

이보미는 이 대회 전 상금(6717만엔)과 시즌 MVP(231점) 순위에서 모두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왠지 씁쓸했다. 우승 없이 1위에 올랐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이번 우승으로 찜찜한 마음도 털어냈다.

“상금과 MVP에서 1위에 올랐지만 우승이 없었기에 진정한 1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번 우승으로 1위에 오를 만한 자격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

이보미는 올 시즌 개막과 함께 상금왕을 목표로 정했다. 일본 진출 5년째지만 아직 1인자에 오르지 못했다. 자신과의 약속인 동시에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마지막 약속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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