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인사이드] ‘타자들의 무덤’서도 끄떡없는 넬손 크루스의 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15일 05시 45분


타율 0.346·15 홈런·장타율 0.738
주요 타격지표 대부분 AL 1위 질주
3년만에 ‘타격 트리플 크라운’ 도전

메이저리그에서 연봉 대박을 터뜨린 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지난해 계약 연장을 통해 연봉 3000만달러 시대를 연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는 올 시즌 최악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7경기에 선발등판해 고작 1승밖에 올리지 못했고, 방어율은 4.26이나 된다. 박찬호(은퇴)가 다저스를 떠나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먹튀’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은 것처럼, 추신수(텍사스) 역시 지난 시즌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시애틀 매리너스의 넬손 크루스(35)는 정반대 케이스다. 지난해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40개의 아치를 그리며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올랐던 그는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4년 5700만달러의 조건에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었다. 14일(한국시간) 현재 크루스의 성적은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타율(0.346), 홈런(15개), 장타율(0.738) 등에서 아메리칸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타점(29개)에선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스티븐 보그트를 1개차로 추격 중이다.

크루스의 성적이 더욱 놀라운 이유는 ‘타자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세이프코필드를 홈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2억4000만달러의 FA 대박을 터뜨린 팀 동료 로빈슨 카노는 뉴욕 양키스 시절 시즌 평균 29홈런을 터트렸지만, 지난 시즌에는 고작 14홈런밖에 치지 못했다. 레인저스의 간판타자 아드리안 벨트레도 마찬가지다. 2004년 다저스에서 48홈런을 날렸지만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은 5년 동안에는 시즌 최다홈런이 26개에 불과했다. 4월 크루스는 10개의 홈런을 때렸다. 이는 매리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켄 그리피 주니어(은퇴)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그리피가 활약하던 시절의 매리너스는 킹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했다.

크루스의 성적을 더욱 꼼꼼히 살펴보면 그야말로 ‘영양가 만점’이다. 팀을 역전으로 이끈 타점이 무려 12개, 결승타는 7차례나 된다. 또 좌완투수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0.591의 타율에 6홈런을 빼앗았는데, 삼진은 단 1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도 노려볼 만하다.

매리너스는 지난 14년 동안 플레이오프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에이스 펠릭스 에르난데스가 리그 최다인 6승에 방어율 1.85로 펄펄 날고 있고, 크루스가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지만 시즌 성적은 15승18패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서 깜짝 선두를 달리고 있는 휴스턴 애스트로스(21승13패)와 5.5경기차를 보이며 3위에 머무르고 있다.

매리너스 팬들은 크루스에게 열광적 응원을 보내고 있다. 2000년 알렉스 로드리게스(현 양키스) 이후 40개 이상의 홈런을 날린 타자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74개의 홈런을 기대할 수 있어 팬들은 더욱 열광하고 있다.

크루스의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레인저스 소속이던 2011년 2차례나 아웃 카운트 1개가 부족해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거머쥐지 못한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당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6홈런 13타점을 쓸어 담아 MVP를 차지했던 그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맞붙은 월드시리즈에서도 홈런 2방을 추가해 배리 본즈(은퇴)와 카를로스 벨트란(현 양키스)이 보유한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홈런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그러나 운명의 6차전 9회말 2사 후 데이비드 프리즈(현 LA 에인절스)가 친 타구를 판단 미스로 놓치며 구단 역사상 첫 우승을 날려버렸다. 또 2013년에는 약물 복용 사실이 들통 나 5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타격 트리플 크라운은 희귀한 기록이다. 20 12년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는 무려 45년 만에 아메리칸리그 타격 3관왕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불과 3년 만에 통산 18번째 타격 3관왕이 탄생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크루스의 화끈한 방망이 실력에 팬들이 환호하는 이유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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