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현수 “잠실구장은 아무 잘못 없어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13일 05시 45분


두산 김현수. 스포츠동아DB
두산 김현수. 스포츠동아DB
펜스 거리 멀어 홈런성 타구 많이 잡혀
“고향 같은 장소 애착…실력으로 극복”


타구가 100m를 날아가도 담장을 넘어가면 홈런이다. 반면 124m를 날아가도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히면 외야 플라이다. 두산 김현수(27·사진)가 그래서 요즘 손해를 많이 봤다. 펜스까지 거리가 국내에서 가장 먼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화와의 지난 주말 3연전에선 유독 그런 타구가 많이 나왔다. 맞는 순간 ‘넘어갔다’ 싶었던 타구가 4차례나 펜스 바로 앞 워닝트랙에서 잡혔다. 조금만 야구장 규모가 작았어도 담장을 넘어갔을 타구들이다.

올 시즌이 끝나고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김현수에게는 아까울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다. 그러나 그는 “그냥 타구를 좀더 멀리 보내지 못한 내 잘못이고 실력이다. 어차피 다 지난 일”이라며 “잠실구장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웃어 보였다.

김현수는 야구장 자체를 좋아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경기가 우천취소되는 것을 아쉬워하고, “월요일에도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다. 그리고 그가 그 많은 야구장들 가운데 가장 애착을 느끼는 곳이 바로 잠실구장이다. 김현수라는 타자의 토대를 다지고 성장을 이뤘던, 고향과도 같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비록 야구장 크기로 인한 불운을 겪었지만, 최근 타격감이 좋으니 걱정은 없다. 꾸준히 중심타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퇴출된 외국인타자 잭 루츠와 시즌 초반 부진했던 홍성흔 대신 4번 타순에 투입됐는데, 그 후 오히려 성적이 더 좋아졌다. 3번에서 잘 치다가도 4번으로 가면 타율이 뚝뚝 떨어졌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다.

김현수는 12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4번으로 나서니 확실히 투수들이 좋은 공을 잘 던지지 않는 게 느껴진다”면서도 “어차피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자리라는 생각으로 임한다. 타석은 그저 투수와의 타이밍 싸움이고, 매 타석 후회를 남기지 않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더 성숙해진 김현수다.

문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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