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愛] 이두영 SK 치어리딩팀장 “박정권 응원가, 등산 도중에 생겼어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17일 05시 45분


이두영 SK 치어리딩팀장(맨 앞)은 “다시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팬들과 함께 우승을 즐기고 싶다”고 밝혔다. 고된 직업이지만 팀의 승리와 팬들의 환호에서 보람을 찾는 치어리더들의 일상을 함축한 말이다. 문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이두영 SK 치어리딩팀장(맨 앞)은 “다시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팬들과 함께 우승을 즐기고 싶다”고 밝혔다. 고된 직업이지만 팀의 승리와 팬들의 환호에서 보람을 찾는 치어리더들의 일상을 함축한 말이다. 문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이두영 SK 치어리딩팀장

정강이에 철심 박은 박정권 생각나서 개사
쉴 공간 없는 치어리더, 여름에 가장 지쳐
동생들 대우 넉넉치못해 겨울엔 농구장으로
올해 KS 진출해서 팬들과 우승 즐기고 싶어


다시 새 시즌이 왔다. 이두영(37) JR커뮤니케이션 마케팅팀장의 일과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오전 9시 문학구장 옆 사무실로 출근해 경기 관련 물품을 챙긴다. 가볍게 점심을 먹고 들어와 큐시트를 보며 동선을 챙긴다. 관중이 입장하기 전에 응원단상과 음향을 챙긴다. 치어리더의 안무를 확인하고, 드디어 ‘막’을 준비한다. SK의 응원과 이벤트를 총괄하는 이 팀장의 하루 일과다. 이 팀장은 “고된 일정이지만 팀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어서 기운을 얻는다”며 웃었다.

● ‘기운 센 천하장사∼♬’ 응원가의 발견

치어리더도 선수들처럼 1월부터 새 시즌을 준비한다. 새 응원과 응원구호, 응원가를 만들고 팬들의 반응을 기다린다. 빠져나간 치어리더를 충원하기 위해 수차례 오디션을 연다. 이두영 팀장은 치어리더 1세대다. 1998년 농구를 시작으로 2000년부터 야구장으로 무대를 넓혔다. 인천 출신인 그녀는 한화와 롯데 등을 거쳐 2008년 치어리더 활동을 접고, 2009년부터 치어리딩팀장으로 SK와 인연을 맺었다.

그녀의 고민은 한 가지. SK는 2007∼2008시즌을 우승했지만 응원이 많지 않았다. “김재현(은퇴)이나 이호준(NC) 선수 같은 주전급 말고는 응원가가 없었다. 그래서 선수들의 응원가를 일일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2009시즌을 앞두고 응원가를 하나하나 되짚었다. 그때 이후로 만들어진 응원곡이 박정권부터 박진만까지 다양하다.

특히 SK 팬들이 사랑하는 박정권의 응원가는 등산 도중 만들어졌다. 이 팀장의 소속사 대표가 등산을 하던 도중, 2008년 정강이뼈 부상으로 철심을 박은 박정권을 떠올리며 ‘등산도 힘든데 다리를 다친 선수는 얼마나 힘들까. 안 다치고 더욱 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마징가를 개사했다. ‘무쇠로 만든 박정권’은 하나의 이미지가 됐다. 이 팀장은 “타 구단 치어리더나 응원단장이 좋다고 말해줄 때 보람을 느낀다”며 미소 지었다.

● 치어리더 맏언니로, 때로는 엄마로!

치어리더는 ‘야구장의 꽃’으로 불린다. 겉보기에 화려한 직업. 몇몇은 개인 팬클럽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누린다. 그러나 선수들을 응원하고 팬들의 흥을 자아내면서도 자기 자신에게는 소원하다. 관중은 스트레스 해소와 즐거움을 얻기 위해 야구장을 찾지만 이들에게는 치열한 일터다. 시즌 중반에 다다르면 크게 작은 다툼과 짜증이 생긴다. 이두영 팀장은 “여름이 되면 치어리더도 많이 지친다. 쉴 수 있는 공간도 없다. 남들은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지만, 우리는 비 시즌이 따로 없다”고 밝혔다.

대우가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야구 시즌이 끝나면 겨울철 실내스포츠로 옮긴다. 따로 휴식은 없다. 이 팀장도 동생들이 안쓰럽다. 그녀는 “경기를 마치고 종종 술잔을 기울인다. 야구부터 인생까지 많은 이야기를 꺼낸다. 힘든 친구들을 다독여주고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다정한 엄마가 돼 주기도 한다. 그녀는 “갓 성인이 된 아이들이 많다. 회식하면 집마다 전화를 돌리기도 하고, 집에서 재워 보내기도 한다. 부모님이 걱정하시면 못 하는 직업이니까”라고 설명했다.

● 팀과 울고 웃은 7시즌

가장 슬펐던 순간은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통한의 역전패로 KIA에 우승을 내주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두영 팀장은 “축승회 한다고 물안경이며 기념품을 준비했는데 샴페인을 터뜨리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좌절이 환희로 바뀌기까지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이듬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4전승으로 꺾고 기어코 축승회를 했다. 그녀는 “1년의 시간이 필름처럼 흘러가더라. 2009년 함께 했던 친구 중 한명을 빼고 전부 나갔다. 새 멤버를 뽑고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올 시즌 SK는 두꺼운 선수층을 구축하며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가을야구를 맛보지 못했다. 다시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팬들과 함께 우승을 즐기고 싶다. 이미 구상은 다 돼 있다. 치어리더들도 선수들과 호흡하는 플레이어로 역할을 해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문학|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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