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경제적인 배드 볼 히터? 손아섭의 역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16일 05시 45분


롯데 손아섭은 ‘배드볼 히터’다. 테이블세터임에도 초구 공략에 적극적이고, 하이볼에도 힘차게 방망이를 돌린다. 그러나 결코 비경제적인 타격은 아니다. 이유가 뭘까.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손아섭은 ‘배드볼 히터’다. 테이블세터임에도 초구 공략에 적극적이고, 하이볼에도 힘차게 방망이를 돌린다. 그러나 결코 비경제적인 타격은 아니다. 이유가 뭘까.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초구·하이볼에 방망이 ‘손 2초’ 오명도
작년 헛스윙 비율 8.1%로 적진 않지만
평균 4.1개 공 이끌어내며 끈질긴 승부

“한국에서 팬들을 가장 흥분하게 만드는 선수다. 타격에서 굉장히 공격적이며, 때로는 무모한 느낌이 들 정도다. ‘손 2초’라고 부르는 팬들의 목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배드볼 히터, 꼭 스트라이크를 던질 필요는 없다.”

2013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를 앞두고 라이언 사도스키 현 롯데 스카우트코치가 네덜란드대표팀에 제공한 ‘사도스키 리포트’ 중 손아섭에 대한 전력분석 내용이다. 롯데에서 함께 뛰었던 사도스키는 손아섭의 공격적 성향의 타격에 큰 인상이 남은 듯하다. 비단 이 리포트가 아니더라도 손아섭은 리그 정상급 타자임에도 헛스윙, 특히 과감한 초구 공략으로 야구팬들에게 유명하다.

● 손아섭에게 초구, 그리고 하이볼이란?

KBO는 올 시즌 높은 쪽 스트라이크존 판정을 더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심판들이 잘 잡아주지 않던 높은 코스를 야구규칙에 따라 정확히 판정하겠다는 의미였다. 윤성환(삼성) 등 정상급 제구력을 갖춘 투수들은 이미 높은 코스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8일 대구 삼성전에서 손아섭은 윤성환의 높은 코스 직구에 시원하게 헛스윙을 했다. 1회 삼진을 당했지만, 그 다음 타석에서도 공격적인 스윙은 멈춤이 없었다.

엄격해진 스트라이크존은 ‘하이볼 스윙 타자’ 손아섭에게 불리한 부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즌 초반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손아섭은 여전히 망설임 없이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이미지는 공격적이고 헛스윙이 많은 타자지만, 기록을 살펴보면 조금 다르다.

손아섭은 지난해 타율 0.362, 18홈런, 80타점을 기록했다. 평균적으로 초구 100개당 6.7번 헛스윙을 했다. 전체 헛스윙 비율은 8.1%다. 그러나 헛스윙이 적은 편이 아니면서도 손아섭은 타석당 평균 4.1개의 공을 이끌어내며 끈질긴 승부를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해 대형타자로 거듭난 NC 나성범(2014시즌 타율 0.329, 30홈런)의 경우 초구 헛스윙 비율은 8.8%, 전체 헛스윙 비율은 11.8%로 손아섭보다 월등히 높았다. 비슷한 유형으로 꼽히는 LG 박용택은 지난해 초구 헛스윙 비율이 5.1%, 전체 헛스윙 비율이 6.9%였다. 그러나 타석에서 상대한 평균 투구수는 4.0개로 오히려 손아섭보다 적었다.

● 두려움 없는 경제적인 타자

다른 타자들과 비교했을 때 손아섭은 볼도 공략하는 ‘배드볼 히터’에 가깝지만, 결코 비경제적인 타자는 아니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또 상대 투수들은 “손아섭은 전날 초구에 병살을 쳤어도 오늘 초구를 치는 타자”라고 말한다. 그의 무모해 보이는 헛스윙은 상대 투수가 초구부터 더 고민을 하게 만드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손아섭은 시즌 초반 타격감이 좋지 않았지만 점점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여전히 두려움 없는 스윙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사실 슬럼프 때는 스윙이 나갈 때 브레이크가 잘 들지 않는다. 다 스트라이크로 보인다. 초구와 하이볼 모두 다른 공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노렸던 공이 들어오면 어떤 상황이라도 두려움 없이 스윙하겠다. 타석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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