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로 간 권영민, 세터문제 해결할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10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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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정영호-노재욱(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권영민-정영호-노재욱(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2년차 정영호·노재욱과 ‘1-2 트레이드’
강성형 감독과 돈독한 신뢰도 이적 한몫
현대캐피탈은 문성민 중심 리빌딩 구상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과 LIG손해보험이 9일 1대2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프로 13년차 베테랑 세터 권영민(35)이 LIG로 가고, 2년차 레프트 정영호(24)와 루키 세터 노재욱(23)이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는다. LIG와 현대캐피탈은 그동안 몇 차례의 거래를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일사천리로 트레이트를 진행시켰다. 마침 강성형 LIG 신임 감독이 현대캐피탈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데다, 최태웅 신임 감독과도 평소 교감이 많았던 터라 과감하게 결정했다.

양 팀 선수단은 12일 휴가를 마치고 훈련을 재개한다. 그 전에 트레이드를 완성하기 위해 여러 카드를 주고받은 끝에 7일 트레이드를 완성시켰다. 권영민은 8일 KOVO 시상식 때 동료들과 함께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홀로 천안 현대캐피탈 숙소로 내려가 짐을 챙긴 뒤 집으로 돌아갔다. 이날 행사에서 멋진 수트를 입고 동기 세터 2명과 함께 드라마 ‘미생’의 OST ‘날아’를 불렀던 노재욱은 시상식 후 트레이드 사실을 알았다. 현대캐피탈과 LIG가 이번 트레이드로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두 팀의 입장에서 분석해봤다.

● 현대캐피탈-문성민 중심 체제의 완성과 리빌딩

최태웅 감독 체제가 들어서면서 신임 사령탑과 네 살 차이인 베테랑 세터 권영민의 설 자리가 없어졌다. 이미 지난 시즌 김호철 감독 때도 한국전력과 권영민이 포함된 2대1 임대 트레이드가 시도됐다. 이 때문에 팀을 향한 충성심이 떨어진 권영민을 계속 안고가기도 부담스러웠다.

더욱이 현대캐피탈은 리빌딩을 원한다. 30대 베테랑들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해야 한다. 센터 윤봉우(33)와 리베로 여오현(37)을 다음 시즌 플레잉코치 겸 선수로 내정한 이유다. 2명 가운데 먼저 현역생활을 접는 선수가 코치가 될 것이다. 기존 코치들이 모두 나간 자리는 새로 영입하는 코치 1명과 최 감독이 메운다.

최 감독은 한 시즌 동안 선수들과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겠다는 생각이다. 자연스럽게 팀의 중심은 문성민에게로 옮겨간다. 최 감독이 이번 트레이드로 노리는 진짜 목표다. 주 공격수에게 팀을 이끌어갈 책임과 함께 권한까지 부여한 것이다. 젊고 가능성 있는 세터 노재욱의 영입은 미래를 생각한다면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 LIG손해보험-감독과 세터의 신뢰, 그리고 진정한 팀 리더

겉으로 드러난 LIG의 목적은 그동안 팀의 고질이었던 세터 불안 해소다. 아직 3∼4년은 더 현역생활이 가능한 권영민의 영입으로 잠재된 능력을 100% 살리지 못하던 공격이 훨씬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에서 오랫동안 함께 지냈던 강성형 감독과 권영민의 신뢰가 트레이드 결정의 배경이다. 강 감독은 권영민의 여러 능력을 믿는다. 감독과 세터의 신뢰는 팀 성적에 중요한 요소다. 게다가 LIG는 그동안 세터와 공격수 사이의 신뢰감이 다른 팀들보다 떨어졌다. 세터의 능력도 문제였지만, 공격 부진의 책임까지 떠넘기다보니 서로를 믿지 못했다. 권영민은 팀의 주 공격수 김요한(30), 손현종(23)의 인하대 선배다.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 권영민은 ‘따로국밥’ 같았던 LIG 선수들에게 무섭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리더의 역할도 할 것이다. 그동안 누군가 해야 했지만 못해서 아쉬웠던, 숫자로 표시되지 않는 팀 전력의 중요한 부분이 마침내 해결됐다. 권영민의 가세로 출전 기회가 줄어들 이효동은 상무에 입대한다. LIG는 권영민-양준식 세터 체제로 최소 2시즌을 버틸 계획이다.

김종전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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