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선임, 현역선수에서 감독으로 ‘파격’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3일 05시 45분


사진제공|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V리그 첫 사례…3년 임기 보장

현대캐피탈이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호철 전 감독의 후임으로 파격을 선택했다.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는 선수 최태웅(39·사진)을 은퇴시켜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한다고 2일 발표했다.

1976년생 최태웅 신임 감독은 V리그를 경험한 현역선수에서 바로 지도자로 발탁된 최초의 사례다. 당초 최 감독은 40세까지 현역생활을 이어가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팀과 계약기간도 1년 더 남아 있었지만 39세의 나이에 지휘봉을 잡기로 결심했다. 구단은 “선수단에 변화와 혁신, 2015∼2016시즌 승리공식을 만들어가는 초석을 준비하기 위해 이번 감독 선임을 결정했다. 패기와 전문성을 갖춘 최태웅 감독은 누구보다 선수들의 컨디션과 장단점, 심리적 상태까지 잘 알고 있으며, 같이 오래 코트에서 뛴 만큼 선수들도 신임 감독과의 심리적 거리감 없이 경기를 즐기면서 자신 있는 플레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단의 발표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초석’이다. 주전 대부분이 30대여서 리빌딩이 필요한 상황을 고려해 당장 성적을 내기보다는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신임 감독에게 3년의 임기를 보장해준 것으로 보인다.

현대캐피탈은 그동안 복수의 후보를 선정해 접촉해왔다. 어느 후보자는 계약 일보직전까지 갔으나 막판에 틀어졌다. 최종 낙점은 구단주가 했다.

최 감독은 인하사대부고∼한양대를 거쳐 1999년 삼성화재에 입단해 실업배구 9연패와 77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1984년 인천 주안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같이 배구를 한 동기가 석진욱, 장병철이다. 박철우의 FA(자유계약선수) 이적 보상선수로 2010년 6월 15일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1998년부터 국가대표로 선발돼 2008년 AVC컵대회를 마지막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반납했다. V리그 10년 올스타다. 2010년 국가대표로 차출되는 과정에서 림프암이 발견됐지만,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항암치료를 받으며 선수생활을 계속했을 정도로 의지가 강하다. 지금은 완치됐다.

최 감독은 지도자 경험 없이 곧장 지휘봉을 쥐는 것을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 “아무도 해보지 않은 것이라 해볼 만하다. 도전이고 큰 경험이다. 해볼 만하다. 신선하다”고 답했다. “스피드 있는 빠른 배구를 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세터뿐 아니라 공격수와 리시브 등의 역량이 함께 따라줘야 한다. 걱정하지 않는다.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우리 선수들이 나쁘지 않다”며 자신의 배구관과 함께 자신감도 내비쳤다.

한편 최 감독의 선임으로 기존 코칭스태프는 전원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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