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챔프전 MVP 김사니 “무릎통증에 포기하려 했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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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배구 기업은행의 세터 김사니. 스포츠동아 DB
여자프로배구 기업은행의 세터 김사니. 스포츠동아 DB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들떠있었다. 1일 휴대전화로 연결된 여자프로배구 기업은행의 세터 김사니(34)였다. 김사니는 줄곧 국가대표에서 주전 세터로 활약했다. 하지만 명성과 달리 우승복은 유달리 없었다. 2009~2010시즌 인삼공사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이 유일했다. 개인상이라고는 2006년 V리그 세터상 밖에 없다.

지난달 31일 프로배구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그는 그동안 쌓인 한(恨)을 한꺼번에 풀었다. 기업은행을 우승으로 이끌며 세터 출신 최초로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김사니는 “이제야 조금 만회한 것 같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좋은 감독님과 선수들을 만난 덕분이다”고 말했다. 프로 15년 차인 그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어떤 리시브가 올라오던 정확한 토스로 기업은행의 공격을 이끌었다. 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은 “모두가 잘했지만 김사니가 가장 고마운 선수다”고 칭찬했다.

그는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이 감독에게 더 이상 뛰지 못하겠다고 말하려고 했다. 고질적인 오른쪽 무릎 통증 때문이었다. 2년 전 터키 프로리그에 진출한 뒤 1년 만에 다시 귀국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트레이너와 병원 치료 덕분에 정규리그는 버텼지만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걷는 것조차 아플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출전을 포기하려 했다.”

통증에 시달리던 그를 다시 코트로 부른 건 후배들이었다. 김사니는 “훈련 때나 경기 중 아픈 내색을 하면 후배들이 모두 다가와 ‘언니. 괜찮아요’라고 물었다. 나에게는 그 말이 ‘언니. 포기하면 안되요’라는 말로 들렸다. 버틸 수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팀에서 이정철 감독이 엄한 아버지라면 그는 자상한 어머니 역할을 했다. 이 감독의 혹독한 훈련에 선수들이 지칠 때마다 그는 선수들에게 다가가 따뜻한 격려를 건넸다. 그는 “고된 훈련에 위축된 선수들의 분위기를 많이 풀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런 점들을 후배 선수들이 잘 이해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꿈에 그리던 우승컵을 들어올린 그의 다음 목표는 통합우승이다. 그는 “이제는 상복과 우승복이 많은 선수로 불리고 싶다. 앞으로 오래 뛰면서 누구보다 많은 우승을 일구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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