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코리아… ” 울면서 떠난 포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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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복귀 보장없는 전자랜드 캡틴
4강 PO 5차전 패한 날 대성통곡… 미국 돌아가면서도 진한 아쉬움
우리 정서 잘 알고 팀에 녹아들어… “치킨도시락 더는 못 먹게 됐네요”

프로농구 전자랜드 이현호(왼쪽)가 외국인 선수 포웰에게 그의 모습을 본떠 만든 인형을 전달하고 있다. 포웰은 외국인 선수 최초로 주장을 맡는 등 팀에 헌신하며 팬과 동료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전자랜드 제공
프로농구 전자랜드 이현호(왼쪽)가 외국인 선수 포웰에게 그의 모습을 본떠 만든 인형을 전달하고 있다. 포웰은 외국인 선수 최초로 주장을 맡는 등 팀에 헌신하며 팬과 동료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전자랜드 제공
“혼자 지하철 타고 다니고, 밥에 계란프라이와 갈비를 얹어 간장으로 척척 비벼 먹으면서 늘 행복해했던 친구가 떠나갔네요.”

프로농구 전자랜드의 변영재 통역은 올 시즌 6강과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전자랜드의 돌풍을 이끈 특급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포웰(32·197cm)과의 추억에 잠겼다. 2008∼2009시즌 전자랜드에서 뛰었던 포웰은 2012∼2013시즌부터 다시 전자랜드로 돌아와 3시즌 동안 팀의 주포로 활약했다. 지난해부터는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팀의 주장을 맡아 올 시즌까지 성실한 태도로 리더십을 발휘했다.

포웰은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갔다. 한국농구연맹(KBL)이 다음 시즌부터 기존 모든 외국인 선수들과의 재계약을 인정하지 않고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를 뽑도록 규정을 바꿨기 때문이다.

27일 동부와의 4강 PO 5차전에서 패한 뒤 포웰은 한국을 떠난다는 생각에 대성통곡을 했다. 골밑을 책임지는 외국인 선수로는 애매한 신장(197cm) 때문에 그가 드래프트를 통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변 통역은 “그렇게 괴성을 지르며 소리 내서 우는 건 처음 봤다. 한국을 떠난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경기를 진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화장실에서 엉엉 울더라”고 전했다.

포웰의 전자랜드와 한국 사랑은 각별했다. 변 통역은 “SK와 6강 PO를 치를 때 포웰은 ‘한국이 제2의 고향 같다’고 진지하게 말했다”며 “한국에서 사는 것을 늘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친구”라고 했다. 변 통역은 “다른 외국인 선수와 다르게 포웰은 음식 이름도 한국어로 어떻게 발음하는지 꼭 물어보고 배웠다”고 말했다.

김성헌 전자랜드 사무국장은 “한국 정서를 아주 잘 알았던 영리한 능구렁이”라고 했다. 김 국장은 “유도훈 감독과의 기 싸움이 대단했는데, 유 감독이 화가 나 있을 때면 슬쩍 뒤로 빠져 상황을 인정하곤 했다”며 “처음 전자랜드에 왔을 때는 동료 선수들의 플레이가 마음에 안 들어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유 감독에게서 ‘우리 팀은 스타가 없는데 농구 잘하는 네가 그러면 되겠느냐’는 말을 듣고 완전히 팀에 녹아들었다”고 말했다.

포웰은 29일 선수단과 회식을 하며 마지막 작별의 정을 나눴다. 포웰은 자주 드나들던 즉석도시락 가게에서 즐겨 먹던 치킨도시락을 더이상 먹지 못하게 됐다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포웰은 다시 한국에 오고 싶다며 드래프트에 참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주장을 떠나보낸 유 감독의 마음도 편치 않다. “소주 한잔 따라주면서 운동 열심히 하고 있으라고 했어요. 마음이 짠합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포웰#전자랜드#캡틴#대성통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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