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조갈량’ 조범현 감독의 밀당, 잠자던 김상현 깨우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3월 30일 05시 45분


롯데 유격수 문규현(위)이 29일 사직 kt전 6회초 김상현의 내야 땅볼 때 1루주자 앤디 마르테를 포스아웃시킨 뒤 1루로 볼을 뿌리며 공을 쫓고 있다. 사직|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롯데 유격수 문규현(위)이 29일 사직 kt전 6회초 김상현의 내야 땅볼 때 1루주자 앤디 마르테를 포스아웃시킨 뒤 1루로 볼을 뿌리며 공을 쫓고 있다. 사직|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kt 김상현 부활 시동과 뒷이야기

시범경기 부진에 따로 불러 “타격스타일 바꿔”
조감독 마지막경고에 하체중심 타격으로 변화
개막전 2홈런·5타점 포함 이틀간 5안타 보답

3월 중순 시범경기 막바지. kt 조범현 감독은 이광근 수석코치를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그리고는 중심타자 김상현의 2군행 여부를 의논했다. 1군 데뷔를 앞둔 kt가 기존 구단에서 특별지명으로 데려온 9명의 선수 중 한 명을, 그것도 중심타자 후보를 두고 2군행을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선택이었다. 그것도 부상이 아닌 부진이 이유였다. 결론은 ‘개막 직후까지 기회를 더 주자’였다.

‘읍참마속’(사랑하는 신하의 목을 벤다)과 같은 결단의 순간은 개막 직전 다시 한번 찾아왔다. 그동안 kt 코칭스태프는 김상현에게 특유의 강인한 손목 힘과 유연성, 부드러운 스윙을 활용하는 타격을 집중적으로 이끌어냈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홈런 없이 30타수 6안타, 타율 2할로 부진했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힘이 들어갔고 타석에서 생각이 많아지곤 했다.

훈련 때도 타격 밸런스가 흔들리며 좀처럼 시원한 타구를 날리지 못했다. 조 감독은 28∼29일 부산 원정 출발 직전 김상현을 불렀다. 그리고 “타격 스타일을 바꾸자. 더 이상 이런 말 절대 안하겠다. 마지막이다. 변화를 주지 못하면 둘이 집에 가자”고 단호하게 말했다.

2009년 선수생활 기로에 섰던 김상현은 LG에서 KIA로 트레이드된 뒤 “수비에서 실책 100개를 해도 괜찮다. 자신 있게, 즐겁게 하라”는 조 감독의 말에 힘을 냈고 그해 홈런왕에 올라 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그리고 2013∼2014년 깊은 부진이 이어지며 SK에서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이번에는 조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kt가 특별지명으로 영입했다. 김상현은 “다시 한번 믿음을 준 감독님께 꼭 보답하겠다”며 스프링캠프 내내 땀을 쏟았다. 조 감독은 자신과 인연이 있는 김상현을 더 엄하게 대했다. 그리고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29일 사직에서 조 감독은 “평소보다 더 엄하게 마지막 ‘경고’를 했더니 조금 당황하는 눈치더라. 다행히 연습 때부터 스윙이 바뀌었다. 하체를 잘 활용하며 마지막까지 힘이 잘 전달되는 타격이었다. 개막전(28일)부터 홈런 2개를 쳤다. 중심타자가 강한 것과 아닌 것에는 득점생산능력에 큰 차이가 있다”며 흐뭇해했다.

28일 홈런 2방을 포함해 5타수 4안타 5타점을 기록한 김상현은 29일 “팀의 1군 데뷔전이었다. 꼭 이기고 싶었는데 아쉽다. 좋은 컨디션에서 시즌을 시작한 것 같다. 팀이 더 많은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날 3-5로 뒤진 8회초 1사 1·3루서 다시 깨끗한 중전안타로 타점을 올렸다. 팀은 이날도 져 2연패에 빠졌지만 중심타선만큼은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김상현이다.

사직|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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