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쉰 모비스, 안방서 훨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6강 PO 혈투로 지친 LG 맹폭… 28점 양동근 앞세워 먼저 1승

“준비보다 선수들이 쉬는 게 더 중요했어요.”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18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1차전을 앞두고 통산 최다승(504승) 감독다운 느긋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긴장감이나 초조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유 감독은 상대인 LG의 김진 감독과는 선수 시절 대표팀 합숙에서 여러 차례 같은 방을 쓰면서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 김 감독의 농구 스타일도 아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대응 전략을 밝히기보다는 최근 두 시즌 연속 우승팀 감독으로서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며 경기를 기다렸다. 그런 감독의 믿음에 선수들은 화끈한 플레이로 보답했다.

4강 PO 첫판에서 모비스가 LG를 86-71로 꺾고 먼저 웃었다. 역대 4강 PO 1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경우는 75%(36회 중 27차례)다. 역대 PO에서 통산 40승(31패)을 거뒀던 유 감독은 1차전 승리로 전창진 kt 감독이 갖고 있던 PO 최다승 기록(41승 33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정규리그를 마친 이후 열흘가량 휴식을 취한 모비스 선수들의 몸은 가벼웠다. 모비스 가드 양동근은 속공과 돌파를 쉴 새 없이 시도했다. 외곽에서뿐만 아니라 자신을 수비하는 LG 가드 김시래를 골밑으로 끌어들인 뒤 신장의 우위를 활용해 확률 높은 일대일 공격까지 펼쳤다. 양동근은 1쿼터에서만 3점슛 1개를 포함해 14점을 올렸다. 모비스는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도 득점에 가세하며 경기 초반부터 10점 차 내외로 앞서갔다.

반면 6강 PO에서 오리온스와 5차전까지 혈투를 벌인 탓에 하루밖에 휴식을 취하지 못한 LG 선수들의 몸은 무거웠다. 문태종과 김종규는 완벽한 노마크 기회에서 득점을 놓쳤다. 전체적으로 체력이 떨어진 데다 김시래가 양동근의 공격에 수비 부담을 가지면서 공격이 원활하게 풀리지 못했다.

그 대신 6강 PO 5차전에서 김시래를 도와 공수에서 깜짝 활약을 펼친 유병훈이 힘을 냈다. 김진 감독이 경기 전 “김시래 혼자로는 힘들다. 김시래를 도와주는 가드 역할이 오늘 중요하다”며 언급한 유병훈이 공격을 주도했다.

1쿼터 팀에서 가장 많은 8점을 올린 유병훈은 2쿼터 초반에도 8점을 쓸어 담았다. 유병훈의 활약으로 LG는 2쿼터 중반 29-31, 두 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양동근을 축으로 한 모비스 특유의 위기관리는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양동근의 연속 4득점으로 점수 차를 벌린 모비스는 라틀리프를 활용한 공격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주도권을 잡았다.

이후에도 모비스는 양동근(28득점, 5도움)-문태영(15득점, 4도움)-라틀리프(24득점, 19리바운드) 삼각 편대가 맹공을 퍼부으며 경기를 대승으로 마무리했다. 유 감독은 “비교적 쉽게 이겼지만 2차전도 1차전을 치르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LG는 유병훈(21득점, 3도움)이 분전했지만 체력 부담과 함께 주포인 데이본 제퍼슨(10점)이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첫판을 내줬다. 2차전은 2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울산=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