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 기자의 여기는 시드니] 차두리 “원팀의 투혼, 우승보다 값진 선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2월 2일 06시 40분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통해 축구팬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던 차두리는 이제 대표팀에서 은퇴한다. 2002한일월드컵 4강 멤버이기도 한 그는 31일 호주와의 결승전 직후 “행복했다”는 말로 태극마크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차두리가 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펼쳐진 귀국 환영식에서 “변함없이 후배들을 응원해달라”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통해 축구팬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던 차두리는 이제 대표팀에서 은퇴한다. 2002한일월드컵 4강 멤버이기도 한 그는 31일 호주와의 결승전 직후 “행복했다”는 말로 태극마크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차두리가 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펼쳐진 귀국 환영식에서 “변함없이 후배들을 응원해달라”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마지막 불꽃’ 태운 차두리, 당당한 귀국
슈틸리케호 27년만에 아시안컵 준우승

우리가 뭉치면 얼마나 강한지
상대에게 충분히 보여줬다
이런 정신력으로 싸운다면
지더라도 팬들은 응원할 것
태극마크는 영광이고 기쁨이었다
후배들의 의지·자부심 확인
난 우승보다 값진걸 얻고 떠난다

축구국가대표팀 차두리(35·FC서울)는 31일(한국시간) 시드니 올림픽파크 내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펼쳐진 개최국 호주와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승에 선발 출전해 연장까지 120분을 부지런히 뛰었다. 비록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안정된 수비와 위협적인 공격 가담으로 대표팀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라운드에 온 힘을 쏟아냈기 때문인지 1-2로 석패한 뒤에도 그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경기 직후 차두리는 그라운드 곳곳을 돌며 후배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포옹했다. 앤지 포스테코굴루 호주 감독과도 인사를 나눴다. 태극마크를 달고 치른 마지막 경기였기에 눈물이 날 법도 했지만, 담담한 듯 보였다.

차두리는 이날 결승까지 포함해 A매치 75경기에 출전해 4골을 남겼다. 2001년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발탁된 뒤로 2002한일월드컵 4강, 2010남아공월드컵 16강, 2011카타르아시안컵 3위, 2015호주아시안컵 준우승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축구의 전성기를 여는 데 이바지했다. 그러나 이제 그의 모습은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만 볼 수 있게 됐다.

차두리는 “오늘이 마지막이었고, 대표팀에선 다시 뛰지 않는다. 우리가 한 팀으로 얼마나 강한지, 하나로 뭉치면 얼마나 이기기 어려운 팀인지를 보여줬다. 졌지만 충분히 박수 받을 자격이 있다. 우승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온 과정에서 감독님과 스태프, 선수들에게 무척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틀 전 결승전 선발 출전을 알았다는 그는 “우승하고픈 간절한 마음이 있어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은 많이 안 했다. (지난 이틀 동안) 어떻게 하면 우승할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차두리는 한국축구의 미래에 대해 낙관했다. 그는 “(호주와의) 결승전은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정신력을 보여준 경기였다. 앞으로도 오늘과 같은 정신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펼치면 지더라도 많은 팬들이 응원할 것”이라며 “대표팀은 특별한 선수들이 모이는 특별한 곳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모두가 한마음이 아니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모든 선수들이) 오늘 같은 경기를 기본으로 생각하고 모인다면 한국은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분들이 마지막까지 무척이나 많이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결승전을 앞두고 ‘난 행복한 축구선수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이제 대표선수는 끝났다. 난 대표팀에 뽑혀 경기하는 게 영광이었고 기쁨이었다”고 국가대표 은퇴 소감을 전했다. 끝으로 그는 “2001년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뛰었을 때부터 시작해 최고참이 돼서 후배들과 함께 마지막을 장식하게 돼 정말 행복하다. 후배들의 하고자하는 의지,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경기였기에 우승보다 값진 걸 가져가게 된 것 같다”고 이번 대회 준우승에 의미를 부여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 @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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