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같은 마음 주문했건만” 김동주 은퇴 아쉬운 김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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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2월 2일 06시 40분


사진|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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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 김인식이 본 제자 김동주

“WBC때 어깨 부상…항상 미안한 마음” 한숨

“내가 과거는 잊고 신인 같은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라고 했는데….”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사진)은 김동주(39)의 은퇴소식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김동주와 만났던 김 위원장은 “다른 얘기는 안 했다. ‘신인 같은 기분으로 해라.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며 “스스로도 ‘알겠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일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착잡해했다.

김 위원장과 김동주는 인연이 깊다. 김 위원장은 OB 감독이었던 1998년 김동주가 입단하자마자 그를 4번타자로 기용했다. 신인에게 팀의 상징과 같은 4번타자를 맡긴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김 위원장은 “(큰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만약 그때 (김)동주가 선발명단에 들락날락했으면 그만큼 성장이 더뎠을 것이다. 타고난 소질이나 체력이 좋았기 때문에 당장은 (4번타자로서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쓰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며 “그렇게 기회를 줘도 자리를 못 잡는 선수가 있다. (김)동주는 적응이 빨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김동주가 두산에 방출을 요구해 팀을 박차고 나왔을 때도 제자를 다독였다. “지금부터 2년은 충분히 선수생활을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워줬다. 김 위원장은 “테스트를 해본 게 아니라서 몸 상태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스스로는 ‘괜찮다’고 하더라. 나 역시 (방망이를) 치는 것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다시 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물론 입에 단 소리만 하지 않았다. 쓰지만 몸에 좋은 조언도 건넸다. 김 위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마음가짐’이었다. 그에게 “과거는 잊어라. 신인 같은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김)동주와 두산에 미안한 마음이 있다.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2006) 때 어깨를 다치면서 선수생활에 지장을 줬다. 두산에도 타격이 컸다”고 안타까워하고는 “내가 그렇게 마음가짐을 신인처럼 하라고 했는데…. 참 아쉽다”며 한 시절을 풍미했던 대선수의 쓸쓸한 퇴장에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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