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 투싼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NC 선수단의 모자에 특별한 숫자가 새겨있다. 대장암으로 투병중인 원종현(28)을 위한 숫자다. 흔히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선수가 있으면 동료들은 모자에 그의 등번호를 쓰곤 하지만 NC 선수들은 원종현의 등번호인 46 대신에 155를 써넣었다.
NC 관계자는 “선수단이 원종현의 쾌유를 빌며 모자에 특별한 숫자를 새겼다”며 “155는 원종현이 다시 마운드에서 155km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 믿음으로 원종현의 상징과 같은 155를 써넣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원종현은 지난 준플레이오프 3차전 마운드에 올라 시속 155km의 공을 연거푸 던졌다. 팀은 2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던 상황. 그는 155km, 154km, 155km 등 빠른 공을 계속해서 던지며 창단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향한 간절함을 드러냈다.
이뿐 아니다. 원종현은 LG에서 방출된 이후 우여곡절 끝에 NC에 입단했지만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1군에서 2군으로, 2군에서 3군까지 떨어지며 점점 희망이 사라져가는 듯했다. 그런데 “팔을 조금만 내려서 던져보라”는 최일언 투수코치의 조언이 그를 살렸다. 140km 초반에 불과했던 구속이 150km까지 올라가며 1군 투수로 발돋움했다. 야구선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을 때 암이라는 시련이 찾아왔지만 동료들은 알고 있다. 늘 오뚝이처럼 이겨냈던 그이기에 다시 마운드 위에 올라 155km를 던질 것이라는 것을. 모자에 새겨진 155는 그를 향한 응원이자 굳은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