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승부조작 ‘검은 손’ 경계령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2월 10일 06시 40분


2012년 승부조작 브로커들 최근 출소
선수들에 또 접근…연맹 ‘긴급 경계령’
심장마비사 故 황현주 감독 추도 물결


V리그에 승부조작의 오명을 남겼던 장본인들이 움직인다는 첩보다. 각 구단이 긴장하고 있다. 안타까운 소식도 있다. 개성 강한 사령탑이었던 황현주 전 현대건설 감독이 48세의 짧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배구계는 추도 분위기다.

● 배구계 승부조작 접근 주의보

최근 각 구단은 한국배구연맹(KOVO)으로부터 긴급 공문을 받았다. ‘어느 팀의 선수가 승부조작 사건으로 형기를 마치고 풀려난 세력으로부터 만나자는 문자와 전화연락을 받았다고 구단에 자진해서 신고했다. 다른 팀의 선수들에게도 그런 연락이 갈지 모르니 각 구단은 소속 선수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사전대비를 잘 하라’는 내용이었다.

2012년 V리그를 뒤흔들었던 승부조작 장본인들 대부분은 배구계서 영구 추방됐다. 이 가운데 몸통 역할을 했던 브로커와 많은 선수를 포섭했던 장본인들이 형기를 마치고 나와 다시 움직인다는 소문이다. 한두 푼의 유혹에 넘어갔던 선수들은 지금도 배구계 주변을 맴돌며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컴백이 쉽지는 않는 분위기다.

그들의 배구선수 생명을 앗아간 장본인들은 또 다른 희생양을 찾고 있다. 혹시라도 접근을 해온 이들이 있다면 빨리 구단이나 감독에 알리는 것이 최선이다. 문자나 전화 등 연락을 받았다면 증거를 남겨서 신고하면 더 좋다. 자진신고는 선수 스스로가 승부조작과 관련이 없음을 입증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연락번호는 1899-1119(클린스포츠 통합콜센터) 혹은 02-6393-5408(한국배구연맹).

● 고 황현주 감독 추도 물결

지난 시즌을 마치고 현대건설 감독에 물러난 뒤 진주 선명여고 총감독을 맡았던 황현주 감독이 4일 별세했다. 고인은 이번에 수능시험을 치른 딸의 시험 결과도 보지 못하고 훌쩍 먼 길로 떠났다. 많은 배구인들이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하고 고인을 기렸다. 전국 18개 여고배구팀의 감독들은 모두 빈소를 지켰다. 현대건설 선수들도 소식을 듣자마자 단체로 문상했다. 황연주 양효진 등 오래 인연을 맺어온 선수들은 빈소에 도착하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8일 IBK와의 경기 때는 근조 리본을 달고 출전했다. 3-0으로 승리한 뒤 양철호 감독은 선수들에게 “의미 있는 날 이겨줘서 고맙다. 가슴이 울컥하고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먼저 라커를 나왔다”고 했다. 황 감독과 직접 인연이 없는 폴리조차도 “하늘에 있는 감독이 우리를 지켜줘서 오늘 이겼다”고 동료들에게 말했다. 터키에 있는 김연경도 비보에 가슴을 쳤다고 했다. 흥국생명의 김수지, 김혜진 우주리도 팀의 훈련을 마치고 밤늦게 진주를 찾아 문상을 하고 다시 새벽에 용인 훈련장으로 돌아갔다.

● 배구감독은 스트레스 창고

박기원 남자대표팀 감독은 SNS 페이스북 계정에 “황 감독 같은 하늘 밑에서 같이 배구를 했던 것이 영광이었네. 편히 쉬게. 그대는 진정 배구를 위해 많은 것을 남겼네”라고 추도했다. 많은 이들은 황 감독을 앗아간 것은 스트레스라고 했다. 승패의 부담은 감독의 숙명이지만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압감이 크다. 지금 현장을 지키는 많은 감독들도 대부분 속병을 안고 있다. 경기에 지고 나서 스트레스 때문에 피오줌을 누는 감독도 있다. 결코 화려하지 않은 직업이 바로 프로배구 감독이다.

● 레오 38득점…삼성화재 3-2로 LIG 격파

삼성화재의 저력은 무서웠다. 삼성화재가 9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3라운드 남자부 LIG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25-18, 20-25, 25-21, 23-25, 15-12) 승리를 거두며 1위를 굳건히 지켰다. 레오는 38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반면 LIG는 김요한이 37득점, 에드가가 27득점을 올리고도 패배해 4승9패(승점 13)로 2연패에 빠졌다. 삼성화재는 시즌 전적 11승 3패(승점 31)로 1위 자리를 지키며 7일 대한항공전 패배 충격에서도 벗어났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