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엿보기] 한국전력·OK저축은행, 같은 듯 다른 ‘역지사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21일 06시 40분


신영철 감독-김세진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신영철 감독-김세진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 4자성어로 본 배구철학

신영철 감독 “동료들의 입장 이해하자”
김세진 감독 “직접 선수들 입장서 생각”

요즘 V리그에서 잘 나가는 팀이 있다. 항상 꼴찌를 헤매다 선두권에 자리 잡은 한국전력이 첫 번째다. 2년차의 막내지만 무서운 기세로 선두를 놓치지 않는 OK저축은행도 있다. 7연속 우승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삼성화재, 1라운드 바닥에서 2연승으로 상승세를 탄 LIG손해보험도 있다. 묘하게도 4개 팀 감독들이 좋아하거나 자주 쓰고 혹은 훈련장의 벽에 붙여놓은 4자성어가 있다. 그 단어와 뜻을 살펴보면 팀의 방향과 감독의 배구 철학이 보인다.

● 신영철 감독의 역지사지, 김세진 감독의 역지사지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을 자주 쓴다. 맹자의 이루 편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이라는 표현에서 비롯된 말이다. ‘입장을 바꿔서 상대의 처지를 잘 헤아려보라’는 뜻이다.

신 감독은 “동료가 실수를 했을 때 내가 먼저 다가가서 감싸 안으라”면서 자주 쓴다. 그동안 한국전력은 승리보다는 패배가 익숙한 팀이었다. 팽팽히 맞서다가도 누군가 실수를 하면 그것을 계기로 쉽게 무너졌다. 위기관리능력의 부재였다.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감독은 서로의 신뢰에서 찾았다. 그래서 신 감독은 역지사지를 자주 말한다. 동료의 어려운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가 의지할 수 있는 팀이 되자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도 역지사지를 말했다. 김 감독의 역지사지는 조금 다르다. 감독 자신이 선수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본다. “다른 감독에 비해 현역에서 물러난 지 오래 되지 않아서인지 주로 선수의 입장에서 많은 생각을 한다. 내가 지금 선수의 나이 때 무엇을 했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먼저 생각한다”고 했다. 젊은 선수들의 기세를 믿고 다른 팀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훈련과 경기를 하게 하는 이유다. 김 감독은 “배운 것이 많지 않아서 훈련장 같은 곳에 거창하게 걸어놓는 글은 없다. 그리고 솔직히 우리 선수들이 아직 어려서 무슨 말을 해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때가 아니다”고 했다.

● 신치용 감독의 겸병필승, 문용관 감독의 불분불계 불비불발

삼성화재는 이미 널리 알려진 겸병필승(謙兵必勝)이다. 신치용 감독의 SNS계정에도 이 단어가 있다. ‘겸손한 병사가 이긴다’는 뜻으로 어떤 팀을 만나건 우리가 기본을 하지 않으면 이기기 힘들다는 감독의 배구철학이 담겼다. 신 감독은 신한불란(信汗不亂) 전승불복(戰勝不復)이란 4자성어도 좋아한다. ‘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고’ ‘전쟁의 승리는 항상 반복되지 않는다’는 말도 우승을 여러 차례 경험한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주입시키고 있다.

LIG손해보험의 수원 인재니움훈련장에는 불분불계 불비불발(不憤不啓 不비不發)이라는 고사성어가 붙어있다. 논어 술이편에 나오는 얘기다. ‘스스로 발분하여 열심히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만큼의 가르침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선수 스스로가 새로운 기술에 욕심을 가지고 단점도 스스로 고치려고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전|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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