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ML 가을사나이] 돌아온 해결사 켐프…다저스 구한 한 방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6일 06시 40분


시즌 초 감독과 불화…우익수 변경 해법
후반기 펄펄…ML 최고 타자 자존심 회복
NLDS 2차전 결승포로 1차전 패배 설욕

맷 켐프(30)가 해결사 본능을 드러내며 LA 다저스를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5일(한국시간) 열린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2차전에서 켐프는 2-2로 동점을 이룬 8회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구원 투수 패트 네섹의 슬라이더를 끌어 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결승 솔로홈런을 뿜어냈다. 전날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등판했지만 5점 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9-10으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던 터라 켐프의 홈런은 더욱 빛이 났다.

시즌 내내 켐프와 애증 관계를 유지했던 돈 매팅리 감독은 “밤이 깊어갈수록 습도가 높아져 공이 멀리 뻗어나가지 못하는데 정말 적절한 타이밍에 켐프의 홈런이 나왔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불과 3년 전인 2011년만 해도 켐프는 자타가 공인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였다. 홈런(39)과 타점(126) 부문 2관왕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도루(40) 2위, 타율(0.324)과 수비 어시스트(11)에서 3위에 랭크됐다. 그해 내셔널리그 올스타전 감독을 맡았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브루스 보치 감독은 “정교함과 파워, 수비 능력까지 모두 갖춘 완벽한 선수이기 때문에 켐프를 올스타전에서 3번 타자로 기용했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다저스는 서둘러 8년간 1억6천만 달러(약 1697억원)의 조건으로 켐프와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켐프는 “메이저리그 최초로 50홈런-50도루 고지를 정복하겠다”며 하늘을 찌를 듯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야심 찬 다짐과는 달리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평범한 선수로 전락하자 팬들의 실망감은 극에 달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햄스트링과 발목 부상에 시달려 73경기 출전에 그치며 타율 0.270, 6홈런, 33타점으로 생애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더욱이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가 놀라운 활약을 펼치자 팬들의 뇌리에서 켐프의 이름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심지어 그의 에이전트인 데이브 스튜어트는 오프 시즌 동안 공식적으로 트레이드 요청을 하기도 했다.

2천만 달러의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도 주전 자리를 보장 받지 못한 채 맞은 올 시즌 초반 켐프는 매팅리 감독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행동을 일삼았다. 중견수로서 실수를 연발하자 인내심에 한계를 드러낸 매팅리 감독은 안드레 이디어를 주전으로 기용하며 켐프에게 좌익수로 포지션 변경을 요구했다. 자존심이 그 어느 누구보다 강하기로 유명한 켐프가 강력하게 반발하자 매팅리 감독은 5경기 연속 주전 라인업에서 그를 제외시키며 팽팽한 힘겨루기를 했다.

하지만 켐프가 좌익수로서 적응에 실패하자 매팅리 감독은 다시 한번 포지션 변경을 시도했다. 푸이그를 중견수로 기용하면서 켐프를 우익수로 이동시킨 것. 2009년 이후 처음 우익수로 출전했지만 이때부터 켐프는 전혀 다른 선수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올스타전까지 타율 0.269, 8홈런, 33타점에 그쳤던 켐프는 후반기에 들어 자신의 최고 전성기였던 2011년에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다. 3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17개의 홈런을 때려 이 부문 내셔널리그 1위를 차지한 것. 타점도 54개로 팀 동료 아드리안 곤잘레스(56)에 이어 2위에 올라 ‘해결사’다운 면모를 과시하며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줄곧 4번 타자로 기용되며 자존심 회복에 성공한 켐프의 방망이는 포스트 시즌에 들어서도 식을 줄 몰랐다. 카디널스와의 1차전에서 5타수 3안타를 치며 존재감을 과시한 켐프는 2차전에서도 결승홈런을 쏘아 올려 영웅이 됐다. 1승1패로 균형을 이룬 이번 시리즈는 ‘맷의 방망이 대결’로 펼쳐지는 양상이다. 켐프가 2경기에서 9타수5안타(1홈런) 2타점으로 맹위를 떨치는 사이, 카디널스의 1번 타자 맷 카펜터스는 8타수 4안타(2홈런) 6타점으로 원맨쇼를 펼치고 있다. 한껏 달아오른 켐프의 방망이가 류현진이 등판하는 3차전에서도 계속 불을 뿜을 지 기대된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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