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주 코치 “여자야구 근성 프로급”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8월 25일 06시 40분


차명주 코치. 스포츠동아DB
차명주 코치. 스포츠동아DB
LG컵 국제야구대회 대표팀 코치로 재능 기부
예선 홍콩에 콜드게임승…오늘 일본과 결승전

24일 ‘2014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 주경기장. 낯익은 인물이 진지한 표정으로 훈련 중인 한국여자국가대표팀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프로야구 역대 최다등판(613경기) 10위에 올라있는 차명주(41·은퇴·사진) 한국야구위원회(KBO) 육성위원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그는 차 육성위원이 아닌 차 코치였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한국여자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아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 코치는 “여자야구라고 해서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며 “야구를 향한 열정은 프로 못지않다. 안 되는 걸 될 때까지 하는 근성이 좋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 열정과 근성의 여자야구

“한국여자야구팀을 좀 도와줘야겠다.” 차 코치는 이광환 KBO 육성위원회 위원장의 한 마디에 주저하지 않고 “네!”라고 대답했다. 이유가 있었다. 차 코치는 1996년 롯데를 시작으로 한화와 두산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2001년부터 3년 연속 홀드왕에 올랐고, 11시즌 동안 통산 613경기에 출장하며 팀 허리를 지켰다. 차 코치는 “내가 프로에서 뛸 수 있었던 것은 아마추어 시절 재능 기부를 해줬던 프로 선배들 덕분이었다”며 “그때부터 ‘내 재능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재능기부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 위원장의 부탁을 주저하지 않고 승낙했다”고 설명했다.

차 코치는 “솔직히 그동안 여자야구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들의 기량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각 팀에서 실력자들이 모인 대표팀 선수들답게 기초가 탄탄했다”며 “무엇보다 열정이 넘친다. 안 되도 될 때까지 하는 ‘악바리 근성’을 보면서 배우는 게 많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1대1 레슨으로 족집게 과외

차 코치는 대표팀에 합류하자마자 선수들의 특징을 세심하게 살펴본 뒤 1대1 맞춤레슨을 시작했다. 서울 서초동에서 8년째 운영하고 있는 재활트레이닝센터(젬 휘트니스)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차 코치는 “재활은 단순히 안 아프게 하는 것뿐 아니라 다시 운동을 하면서 아프지 않도록 메커니즘을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 여자대표팀도 마찬가지다. 당장 경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고쳐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았지만 각 선수마다 투구 혹은 타격 메커니즘에 따라 아프지 않고 효율적으로 야구할 수 있는 방법을 지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래도 여자선수들이다 보니 마음이 앞서서 몸을 빨리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투구할 때 한 템포 쉬어야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줬고, 이와 더불어 관절을 분할해서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줬다”고 덧붙였다.

차 코치가 여자선수들을 가르치면서 또 한 번 놀란 부분은 선수들이 어떤 말도 흘려듣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선수들은 차 코치의 말 한 마디에 경기가 없는 5일간 개인레슨을 받으며 문제점을 수정하려고 부단히 애썼다. 차 코치는 “근성 부분은 프로선수들이 오히려 배워야할 정도”라며 “보람도 많이 느낀다. 비단 여자야구뿐 아니라 지도자들이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아마추어 야구에 적극적으로 재능기부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흔쾌히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한국A팀은 예선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홍콩을 21-0으로 4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전날 인도를 상대로도 10-0 완승을 거둔 한국은 A조 1위를 차지하며 25일 오후 6시30분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 B조 1위 일본과 맞붙는다.

이천|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