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투구는 메이저리그 불문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3일 1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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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 동아닷컴DB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 동아닷컴DB
미국 스포츠에서 야구만큼 '불문율(Unwritten Rule)'이 많은 종목도 없다. 규정보다 더 많이 적용되는 게 불문율이라고 할 정도다. '홈런을 치고 요란한 제스처를 취하지 마라' '큰 점수 차로 앞설 때 도루를 하지 마라' 등 수없이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상대 투수가 우리 팀 동료를 맞히면 우리도 맞혀라(If a pitcher hit a teammate, hit one of theirs)'다.

LA 다저스는 최근 불문율에 따른 보복 투구에 중심에 있었다. 21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발 카를로스 마르티네스가 다저스 유격수 핸리 라미레스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지자 다음 이닝에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도 상대 중심타자 맷 할러더이에게 보복했다. 심판은 곧바로 양측 더그아웃에 경고를 줬다. 이날 경기에서 퇴장은 없었다.

23일 피츠버그전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6회말 4-7로 뒤지고 있는 2사 1,2루에서 다저스 구원 투수 제이미 라이트가 피츠버그의 간판 타자 앤드류 맥커첸을 맞혔다. 만루가 되는 상황이라 고의성은 없었다. 그러나 7회초 피츠버그 좌완 구원 저스틴 윌슨은 다저스 2번 타자 저스틴 터너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 고의였다. 토니 배스너 심판은 한 타자를 상대한 윌슨을 곧바로 퇴장시켰다. 피츠버그 클린트 허들 감독은 경고 없이 윌슨을 퇴장시켰다고 거칠게 항의했다가 역시 그라운드에서 쫓겨났다.

동료가 투구에 맞았을 때 고의성 여부를 떠나 투수는 바로 보복 투구를 해야 한다.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면 겁쟁이가 되고 '왕따'가 될 수 있다. 벤치 클리어링 때도 합세를 해야 하는 것은 한 배를 탄 동지애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제구력에 문제점을 지적할 때 흔히 '4사구가 몇 개' 식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다르다. 제구력은 볼넷만이 연관을 갖는다. 사구는 뺀다. 제구와 상관없이 고의로 던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몸쪽 볼을 잘 구사하는 투수들은 거의 고의성으로 위협구를 던진다. 한 때 '외계인'으로 통했던 사이영상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은퇴 후 "내가 던진 사구는 모두 고의로 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타자들이 몸쪽 위협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바로 제구가 흔들려서라기보다는 일부러 맞히기 때문이다.

한편 다저스는 23일 엉덩이 부상에서 돌아온 조시 베켓이 홈런 3개를 허용하며 4회에 강판 당한데다 불펜마저 8실점하며 무너져 피츠버그에 7-12로 대패했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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