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나 했더니… 정성룡만 듬직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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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전 잇단 선방, 대량 실점 모면… 골키퍼 본격 주전경쟁 자신감 찾아

상대적으로 더 나아 보였을 수도 있다. 누구 하나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전보다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기엔 충분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수문장 정성룡(29·수원 삼성·사진) 얘기다.

한국은 28일 튀니지와의 친선 경기에서 문제점만을 노출한 채 0-1로 패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은 경기 뒤 “아직 100% 기량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브라질 월드컵 러시아와의 첫 경기를 20여 일 앞둔 상황에서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불안함을 조금이나마 잠재워 준 선수가 정성룡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정성룡은 대표팀의 불안 요소였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부터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활약해왔지만 이번 시즌 불안한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에서 어이없는 실책으로 골을 헌납하는 등 예전 같은 경기력이 아니었다. 정성룡 본인도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23명의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대표팀 소집 첫날 “초심으로 돌아가 기초부터 땀을 흘리며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정성룡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김승규(24·울산 현대)가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K리그 클래식에서 김승규는 경기당 0.67점의 실점을 자랑하며 정성룡(경기당 1.00 실점)을 앞섰다. 4년간 부동의 대표팀 주전이었던 정성룡을 밀어내고 5번이나 ‘홍명보호’에서 주전으로 뛰기도 했다. 다른 포지션에서 이미 주전이 가려졌다면 골키퍼는 어떤 선수가 브라질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뛸지 예측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튀니지 경기에서 정성룡은 전체적으로 수비가 불안한 상황에서도 여러 차례 선방을 펼치며 1실점으로 막았다. 전반 34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한발 빠르게 앞으로 나와 몸을 날려 공을 쳐냈고 이어서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정확한 판단으로 점프해 펀칭으로 넘겼다. 튀니지의 두 차례 유효슈팅도 잘 막아냈다. 전반 43분 실점 상황은 정성룡이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비가 모두 뚫린 상황에서 상대의 슈팅 각도를 좁히기 위해 앞으로 나왔지만 슈팅이 낮고 빨랐다.

정성룡은 경기 뒤 담담한 표정이었다. 정성룡은 “소집 이후 열심히 훈련했다. 그래서 조금은 나아진 느낌이다. 그래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 이번 경기 결과를 반복하지 않도록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봉수 대표팀 골키퍼 코치는 “실점하기는 했지만 정성룡의 플레이는 좋았다”고 평가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정성룡#튀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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