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라 몸 날린다, 기회야 잡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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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주전 GK 피말린 경쟁 김승규

국가대표 골키퍼 김승규(울산)는 “대표팀 선수들이 나이는 어리지만 경험이 적은 건 아니다. 유럽리그 같은 큰 무대에서 뛰는 선수도 많다”며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또 “필드 플레이어들은 이미 많이나가 있는데 (한국인) 골키퍼로서 유럽 무대에 진출하는 길을 한번 열어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울산 제공
국가대표 골키퍼 김승규(울산)는 “대표팀 선수들이 나이는 어리지만 경험이 적은 건 아니다. 유럽리그 같은 큰 무대에서 뛰는 선수도 많다”며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또 “필드 플레이어들은 이미 많이나가 있는데 (한국인) 골키퍼로서 유럽 무대에 진출하는 길을 한번 열어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울산 제공
지난해 6월 18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의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 김승규(24·울산)는 이 경기를 관중석에서 봤다. 이날 한국의 골문 앞에는 정성룡(29·수원)이 서 있었다.

김승규는 “그때만 해도 내가 월드컵에 나간다는 건 생각도 못해 봤다”고 했다. “당시 같은 팀에 있던 (김)영광이 형은 부상으로 운동을 못할 때이고 나는 경기를 계속 뛰고 있었는데 최강희 감독님이 맡고 있던 대표팀에는 영광이 형이 소집됐다. 나는 못 갔다. 그래서 대표팀과는 아직 인연이 아닌가 보다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49일 뒤 김승규는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고, 8월 14일 페루와의 평가전을 통해 성공적인 A매치 데뷔전까지 치렀다.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이 끝난 뒤 대표팀 사령탑이 홍명보 감독으로 바뀌면서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는 “초반에 공이 많이 와서 실수가 있었으면 어려운 경기를 했을 텐데 공이 별로 오지 않아 안정감을 빨리 찾았던 기억이 난다”며 무실점으로 마쳤던 A매치 데뷔전을 떠올렸다.

태극마크를 달고 골문 앞을 지키던 정성룡을 멀찌감치 관중석에서 지켜봤던 김승규. 이제 그는 대표팀 주전 수문장 자리를 놓고 정성룡과 경쟁하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홍 감독은 “다른 포지션도 마찬가지이지만 골키퍼가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고 말했다. 김승규가 처음 축구와 인연을 맺던 초등학교 2학년 때 “축구는 해도 골키퍼는 죽어도 안 된다”며 2년을 넘게 말렸다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도 지금은 “골키퍼를 안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대표팀 주전 경쟁을 벌이는 아들을 자랑스러워한다.

김승규와 정성룡의 경쟁 구도가 거론될 때마다 안정감에서는 정성룡이 앞선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승규는 “실수가 없어야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안정감이 성룡이 형의 장점이라는 건 그만큼 실력이 있다는 것이다”라고 인정하면서도 “나도 안정감은 어느 정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이 출전한 역대 8번의 월드컵 대표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골키퍼는 모두 15명. 하지만 실제 경기에 나선 수문장은 6명밖에 안된다. 대회마다 조별리그 첫 경기의 주전으로 나섰던 골키퍼가 줄곧 골문을 지켰다. 후보 골키퍼가 뛴 건 1994년 미국 월드컵 독일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 이운재가 교체 투입됐던 게 유일하다. 당시 전반에만 3골을 내준 주전 최인영이 자진해 교체를 희망했다.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첫 상대인 러시아와의 경기에 누가 선발 골키퍼로 나설 것 같으냐’는 물음에 김승규는 잠시 뜸을 들이다 “모르겠다”고 했다. “성룡이 형은 이미 검증된 선수다. 나는 그동안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으로만 뛰었다. 나머지는 감독님과 코치 선생님들이 알아서….”

골키퍼들은 슈팅이 뛰어난 선수들에게 ‘슛발이 좋다’는 표현을 종종 쓴다. 김승규가 대표팀 내에서 ‘슛발’이 좋은 선수로 꼽은 건 손흥민(22·레버쿠젠). “막기 어려운 게 좋은 슛이다. 흥민이는 공이 빠르다기보다는 슈팅 코스나 타이밍이 아주 좋다.” 김승규는 브라질 월드컵 16강전에서 ‘특급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의 슛발을 한번 받아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H조인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면 G조의 포르투갈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

울산=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국가대표#골키퍼#김승규#브라질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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