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반대” 축구 스타들 ‘바나나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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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관중, 바나나 던져 선수 모욕… 아우베스 쿨하게 주워먹고 경기 계속
네이마르 등 “우리도” 인증샷 동참

“바나나 먹는 우리가 원숭이냐” 다니 아우베스(바르셀로나)가 28일 비야레알과의 방문경기에서 코너킥을 준비하던 중 관중석에서 자신을 향해 날아온 바나나를 주운 뒤
 태연스럽게 먹고 있다. 네이마르(바르셀로나)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의미로 껍질을 깐 바나나를 들고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옆에 바나나 인형을 들고 있는 아이는 네이마르의 아들이다. 2011년 인종차별 발언을 한 
전력이 있는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도 바나나 인증샷에 동참하면서 새 사람이 된 모습을 보였다(왼쪽부터).
“바나나 먹는 우리가 원숭이냐” 다니 아우베스(바르셀로나)가 28일 비야레알과의 방문경기에서 코너킥을 준비하던 중 관중석에서 자신을 향해 날아온 바나나를 주운 뒤 태연스럽게 먹고 있다. 네이마르(바르셀로나)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의미로 껍질을 깐 바나나를 들고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옆에 바나나 인형을 들고 있는 아이는 네이마르의 아들이다. 2011년 인종차별 발언을 한 전력이 있는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도 바나나 인증샷에 동참하면서 새 사람이 된 모습을 보였다(왼쪽부터).
“누군가 나에게 바나나를 던진다면 그를 죽이고 감옥에 가겠다.”

‘악동’ 이미지가 강한 마리오 발로텔리(AC 밀란)가 2012년 영국 BBC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2 관련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했던 말이다. 발로텔리는 상대 팀 선수나 팬으로부터 인종차별 발언을 수없이 들어온 선수다.

발로텔리의 과격한 발언과는 달리 바나나 세례를 당한 한 선수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하게 받아넘긴 것이 오히려 인종차별 반대를 외치는 ‘바나나 인증샷’ 릴레이로 이어져 화제다. 유럽의 축구장에서 바나나 투척은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로 꼽힌다.

28일 비야레알과의 방문경기에 출전한 다니 아우베스(바르셀로나)가 코너킥을 준비하고 있을 때 관중석에서 날아온 바나나가 그의 앞에 떨어졌다. 바나나를 발견한 아우베스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곧바로 주워 껍질을 깐 뒤 입에 넣고 우물거리면서 코너킥을 했다. 관중석 쪽으로 돌아보지도 않았다. 아우베스는 경기 후 “이런 수준 떨어지는 짓은 그냥 유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우베스는 “아버지께서 ‘근육 경련 예방에 도움이 되니까 바나나를 많이 먹어라’라고 평소에 자주 얘기했다”며 유머감각을 발휘하기도 했다.

아우베스가 자신을 향한 인종차별 행위에 이런 쿨한 반응을 보인 뒤 같은 브라질 출신의 바르셀로나 동료 네이마르는 아들과 함께 찍은 바나나 인증샷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네이마르는 “우리는 모두 원숭이다. 다 똑같다. 인종차별 금지”라는 글도 함께 남겼다. 세르히오 아궤로(맨체스터 시티)도 “인종차별은 안 된다.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는 글과 함께 바나나를 먹는 인증 사진을 SNS에 올렸고, 브라질 대표팀의 헐크(제니트)는 가족들과 함께 바나나를 들고 찍은 사진으로 인종차별 반대에 동참했다. 2011년 경기 중 상대 선수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8경기 출전 정지의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도 바나나 인증샷 릴레이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바르셀로나를 안방으로 불러들였던 비야레알 구단은 29일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인종차별 사건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다. 구단은 바나나를 던진 관중을 찾아내 시즌 관람권을 무효화하고 홈구장 입장을 평생 금지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바나나#아우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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