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오 “훈련으로 이혼의 아픔 이겼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4월 30일 06시 40분


한국사격의 간판스타이자, ‘살아있는 전설’ 진종오가 이혼의 아픔을 털고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그는 9월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노린다. 동아일보DB
한국사격의 간판스타이자, ‘살아있는 전설’ 진종오가 이혼의 아픔을 털고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그는 9월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노린다. 동아일보DB
■ ‘권총황제’ 진종오, 아시안게임 금메달 정조준

10년 넘게 대표선수 생활…떨어져 있다보니 소원
이혼 후 6개월 방황…올해부터 하루 200발 훈련
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첫 개인전 제패 목표로


진종오(35·kt)는 사격뿐 아니라 한국스포츠를 대표하는 스타다. 2004·2008·2012올림픽에서 5개의 메달(금3·은2)을 목에 걸었다. 역대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한국선수는 양궁의 김수녕(6개·금4·은1·동1)이다. 진종오는 쇼트트랙 전이경(금4·동1)과 함께 이 부문 2위다. 올림픽 3회 연속 메달리스트 역시 박장순(레슬링), 황경선(태권도), 진종오뿐이다. 만약 진종오가 2016리우데자네이루대회에서도 입상한다면, 올림픽 최다·연속 메달 부문에서 새 역사를 쓰게 된다.

그러나 ‘권총황제’는 2012런던올림픽 2관왕 이후 줄곧 대표팀을 떠나 있었다. 2013년 여름 이혼이란 가슴 아픈 개인사를 겪으며 극도의 슬럼프를 겪었다. 근거 없는 소문과 주변의 수군거림은 그에게 더 큰 상처였다. 최근 진종오는 이 모든 것들을 털고 부활의 총성을 울렸다. 27일 충북 청원종합사격장에서 열린 제30회 대한사격연맹회장기 전국대회 겸 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 1차 대표선발전에서 남자일반부 50m권총 개인·단체 2관왕에 올랐다. 29일 kt사격단의 숙소 근처인 경기도 오산에서 그를 만났다.

● 이혼의 아픔과 방황

사격선수들은 신체적·정신적 변화에 예민한 편이다. 진종오도 마찬가지다. 합의 이혼한 사실이 알려진 뒤 주변의 모든 시선이 그에겐 큰 부담이었다. “2002년부터 10년 넘게 대표선수 생활을 했어요. 워낙 합숙이 많아 가족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었죠. 그러다보니 나만 생각했고, 안 맞는 부분이 생긴 것 같아요.” 헤어진 이유를 주변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뜬소문이 나돌았다. 스트레스도 더 심해져갔다.

사격은 선수의 심리가 경기력과 직결된다. 그 좋아하던 낚시도, 사진도 모두 소용이 없었다. 술로 쓰린 마음을 달랠 뿐이었다. 평소 73kg이었던 체중은 3개월 만에 80kg까지 불었다. “제게 가슴 아픈 일이, 누군가에겐 좋은 안주거리가 됐죠. 한동안 총을 못 잡았어요. 나태해졌고, 술도 많이 마셨고, …. 사람이 자신의 몸은 다잡을 수 있어도 마음은 통제가 안 되더라고요.”

● 하루 200발의 열정으로 씻은 아픔

6개월간의 방황을 거쳐 지난 겨울부터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표적을 향해 온 정신을 집중하며 잡념을 떨치기 위해 노력한 결과였다. 어쩔 수 없는 ‘권총황제’의 운명이었다. 진종오의 오른쪽 어깨에는 철심이 박혀있다. 발수를 늘리면 어깨에 무리가 오기 때문에 양적 훈련보다는 질적 훈련을 선호한다. 보통 200발을 쏘면 어깨를 들 수 없을 정도까지 체력이 소모된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훈련량을 하루 150발에서 200발로 늘렸다. 흐트러진 감각을 되찾기 위해서다. 홀로 된 이후 주변도 돌아봤다. 학교에서 자신을 우상으로 삼는 후배들에게 가르침을 주기도 하고, 페이스북으로 질문을 던지는 전 세계의 사격선수들에게 짧은 답변을 전하기도 했다. “그전엔 제 운동만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이기적이지 않았나.’ 어려운 시기를 겪다보니 깨달은 바가 많더라고요. 후배들도 보이고, 챙기게 됐죠. 결국 제게도 많이 힘이 됐습니다.”

● 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첫 개인전 금메달 정조준

진종오에게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9월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과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두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은 있었지만, 개인전 1위는 없었다.

국제사격연맹(ISSF)은 지난해부터 경기 규칙을 개정했다. 기존에는 본선 점수를 안고 결선에 들어갔지만, 지난해부터는 결선에서 8명의 선수가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한다. 이변의 가능성은 더 커졌다. 그러나 권총황제는 흔들리지 않는다. 태릉선수촌에서 30여년간 심리상담을 담당한 김병현 박사는 역대 최고의 멘탈을 갖춘 대표선수로 “진종오”를 꼽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방아쇠를 당겼던 진종오는 인생 최대의 시련을 이기며 더 강해졌다. 그리고 ‘천 발의 열정과 한 발의 냉정’으로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

오산|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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