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열 “식당서 챔피언 메뉴 받고 우승 실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4월 30일 06시 40분


노승열. 사진제공|나이키골프
노승열. 사진제공|나이키골프
■ 노승열, 취리히클래식 우승 뒷얘기

예약 안된다던 식당, 이름 말했더니 OK
‘챔피언 메뉴’로 특별 대접…우승 실감
후배 축하 위해 달려온 선배님들 감사

“식당에 갔더니 저만을 위한 메뉴판을 만들었더라고요. 우승했다는 게 실감 나더라고요.”

28일(한국시간) 미 PGA투어 취리히 클래식에서 한국인으로 4번째 우승에 성공한 노승열(23·나이키골프). 그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가장 먼저 그에게 ‘챔피언’ 대접을 해준 곳은 뜻밖에도 대회가 열렸던 골프장 인근의 식당이었다.

“시상식이 다 끝난 뒤 너무 배가 고프더라고요. 누나(노승은)가 인근에서 유명한 씨푸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전화를 했는데, 처음엔 예약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이번에 우승한 노승열이다’라고 했더니 당장 자리를 마련해주더라고요.”

허기진 배를 안고 식당으로 들어섰다. 많은 사람들이 노승열을 반겨줬다. 그 중에서도 노승열의 눈에 들어온 건 특별한 메뉴판이었다.

“어느새 만들어 놨는지 ‘챔피언 메뉴’라는 걸 들고 왔더라고요. 저만을 위한 메뉴판을 보니 우승했다는 게 실감이 나더라고요.”

쓸쓸할 뻔 했던 우승 세리머니는 선배들이 챙겨줬다. 대회가 열린 곳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애번데일. 다음 대회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샬럿으로 대부분의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이동했다. 한국선수들도 오후 비행기를 예약해둔 상태여서 공항으로 이동 중이었다. 양용은과 위창수가 후배의 첫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급하게 골프장으로 되돌아왔다. 공항에서 짐을 붙인 뒤 30분 거리의 골프장으로 되돌아와 후배의 첫 우승에 샴페인을 터트리며 함께 기뻐했다. 노승열은 “두 선배가 공항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 축하해줘 더 고마웠다”고 말했다.

대회 기간 내내 달고 나온 노란 리본에도 사연이 담겨 있다. 노승열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던 날 국내에 머물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던 중 사고 소식을 접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다음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때마침 대회를 앞두고 현지 교민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도 선수와 교민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지 못했다. 그리고 선수들끼리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국민들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주자”라는 다짐을 했다. 교민들은 선수들이 대회에 달고 나갈 수 있도록 노란 리본을 준비해줬다.

노승열은 “경기 하는 동안에도 내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그 때문에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노란 리본이 첫 우승의 큰 보탬이 된 셈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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