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열-리디아 고 ‘노란 리본 승전보’]Oh!… Noh!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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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바닷바람 맞고 자란 노승열
초등1학년부터 매일 해변 4km 달려
시속 48km 강풍 뚫고 PGA 77전78기

동해의 거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라난 노승열에게 강풍은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취리히 클래식 4라운드가 열린 28일 미국 루이지애나TPC(파72)에는 최고 시속 30마일(약 48km)을 웃도는 강풍이 몰아쳤다. 선수들은 그린에서도 바람 때문에 어드레스를 자주 풀었다. 이날 전체 평균 스코어는 72.74타까지 치솟아 전날 3라운드의 69.99타보다 거의 3타 가까이 높아졌다.

강원 고성군에서 태어난 노승열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영향으로 골프에 입문한 뒤 집에서 3분 거리인 바닷가를 훈련장으로 삼았다. 8년 동안 매일 하루 4km 거리의 모래사장을 뛰었다. 발목이 퍽퍽 빠지면서도 달리기를 쉬지 않으며 강한 하체를 길렀다. 어려서부터 바람에 익숙했던 그는 유럽투어에서 2년을 뛰면서 강풍에 대처하는 요령을 터득했다. “유럽에는 해안가 코스가 많다. 거기서 많이 쳐봤던 게 도움이 됐다.” 미국 진출 후 월세방 신세였던 노승열은 지난해 11월 한국 골퍼들이 많이 사는 미국 댈러스에 방 3개짜리 아파트로 이사하며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노승열은 “댈러스에서는 바람이 시속 24km면 잠잠하다고 할 정도다. 그렇다 보니 바람과 더욱 친해졌다”며 웃었다. 이날 노승열은 프로들도 쉽게 다루지 못한다는 2번 아이언으로 서너 차례 티샷을 했다. 무릎 높이로 낮게 깔아 치는 녹다운 샷을 구사해 페어웨이를 지키는 전략으로 타수를 잃지 않고 1타를 줄여 승리의 발판으로 삼았다.

지난해 노승열은 용품 스폰서 교체로 적응에 애를 먹었다. 연간 8000만 원 가까운 비용을 들여 타이거 우즈를 가르치던 션 폴리의 지도를 받았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스윙 코치가 몇 달에 한 번 우즈가 출전하는 대회 때나 나타나 스윙을 교정해주면서 오히려 혼란을 빚었다. 지난해 10월 스윙 코치 없이 홀로 서기에 나선 노승열은 이번 대회에 트레버 이멜먼의 백을 메던 호주 출신 베테랑 스콧 새즈니택(호주)을 새 캐디로 고용했다. 평소 퍼팅 때문에 애를 먹어 집에 퍼터만 수십 개를 갖고 있었던 노승열은 퍼터도 일자형에서 3주 동안의 제작 과정을 거친 반달형으로 바꿔 들고 나왔다. 노승열은 “새 캐디와는 호흡이 잘 맞는다. 퍼터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캐디 새즈니택은 “전혀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평소 고민했던 부분의 퍼즐을 제대로 맞췄다는 점이 그의 앞날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PGA#노승열#골프#바닷가#강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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