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춤추는 브레이킹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4월 1일 06시 40분


LA 다저스 류현진. 동아닷컴DB
LA 다저스 류현진. 동아닷컴DB
■ 류현진 SD와 본토 개막전 7이닝 7K 무실점 비결

뚝 떨어지는 변화구에 SD타자들 속수무책
타격 타이밍 빼앗는 역발상 투구패턴도 절묘

올시즌 12이닝 무실점 방어율 0.00
8회말 윌슨 동점포 허용…2승 불발

“아깝다, 류현진!”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그렇지만 미국 전역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7·LA 다저스)의 진가를 알렸다. ESPN, CBS스포츠, MLB닷컴 등 미국 언론들의 ‘류현진 찬가’가 쏟아졌다.

류현진은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2014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미국 본토 개막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 3개씩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삼진은 7개나 잡았다. 류현진은 다저스가 1-0으로 앞선 8회말 수비에서 브라이어 윌슨과 교체돼 시즌 2승을 눈앞에 뒀으나, 윌슨이 대타로 나선 샌디에이고의 세스 시미스에게 동점 솔로포를 맞아 시즌 2승 사냥에 실패했다. 다저스는 1-3으로 역전패 당했다.

이제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류현진은 닉네임에 걸맞은 눈부신 투구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 애리조나 디백스와의 호주 개막시리즈 두 번째 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데 이어 31일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원정경기에서는 7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총 12이닝 무실점으로 ‘방어율 0.00’이다.

● 브레이킹볼 위력…최고구속 150km 직구도 완벽

과연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지난 시즌 류현진은 직구 위주의 피칭을 했다. 직구 비율이 60%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자신의 최대 무기인 체인지업으로 상대 타자를 요리했다. 슬라이더와 커브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했다. 시즌 개막 전 스프링캠프에서 류현진은 새로운 구종을 추가하는 대신 슬라이더와 커브를 연마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다 뚝 떨어지는 브레이킹볼의 위력은 샌디에이고전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류현진은 이닝당 한 개꼴인 7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1회말 풀카운트 접전을 펼치다 볼넷으로 출루한 에버스 카브레라는 2회 2사 2·3루에서 류현진의 몸쪽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5회에도 역시 같은 구종으로 카브레라는 두 번째 삼진을 당했다.

파드리스의 간판타자 체이스 헤들리도 역시 두 번이나 삼진으로 물러났다. 1회에는 148km짜리 직구에 헛스윙했고, 6회에는 75마일짜리 뚝 떨어지는 커브에 속았다. 4번타자 제드 저코는 6회말 스트라이크존보다 높게 형성된 148km짜리 위력적인 직구에 삼진을 당했다. 5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레네 리베라는 류현진의 다양한 공에 3구 삼진으로 물러났다. 143km짜리 직구와 113km짜리 느린 커브로 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125km짜리 체인지업이 들어오자 크게 헛스윙했다.

유일한 루킹삼진은 4회말 5번타자 욘데르 알론소가 당했다. 직구(143km)-슬라이더(135km)-슬라이더(135km)-커브(116km)-직구(145km)에 이어 6구째 148km짜리 직구가 들어오자 방망이도 휘둘러보지 못하고 덕아웃으로 물러나야 했다.

류현진은 이날 병살타를 두 차례 유도했다. 두 번 모두 이날 최고 구속인 150km짜리 강속구로 상대를 윽박질렀다.

● 역발상 투구로 상대 타자 타이밍 빼앗아

투구 패턴의 변화도 인상적이었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을 세컨드 피치로 던지고, 좌타자에게는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평소 패턴을 정반대로 구사하며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또한 88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이 구사한 커브는 평상시보다 두 배에 가까운 15개나 됐다. 슬라이더보다 오히려 3개나 많았을 만큼 낙차 큰 커브를 자신 있게 던져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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