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컬링대표팀 “코치가 성추행-폭언” 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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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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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손잡아 주니 좋지” 발언… 올림픽 포상금 일부 기부 강요도
경기도체육회, 해당 코치 해임

올림픽 출전과 세계선수권대회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지만 폭언과 성추행 논란에 휘말린 여자 컬링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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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출전과 세계선수권대회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지만 폭언과 성추행 논란에 휘말린 여자 컬링 대표팀. 동아일보DB
열악한 환경을 딛고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뒤 미모와 실력으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 전원이 “성추행과 폭언을 당했다”며 집단 사표를 제출했다.

김지선(27) 이슬비(26) 신미성(36) 김은지(24) 엄민지(23·이상 경기도청) 등 여자 대표팀은 24일 캐나다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난 뒤 최모 코치(35)와 더 이상 훈련할 수 없다며 캐나다 현지에서 사직서를 건넸다. 선수들은 최 코치가 훈련 중 폭언은 물론이고 성추행을 했고 포상금 중 일부에 대해 기부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대표팀은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선전하며 국내에 컬링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캐나다 세계선수권에서 4강에 진출하는 등 저력을 발휘했다. 이들은 비슷한 처지의 여자 핸드볼 대표팀을 그린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빗대어 ‘빙판 위의 우생순’으로 불리기도 했다.

경기도는 28일 긴급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선수들과 코치를 면담했다. 경기도는 “훈련 중 폭언이 있었다는 점에 선수와 코치의 진술이 일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겨울유니버시아드대회 결승전 직전 최 코치가 “진지하게 해라. 이럴 바에는 사표를 내라”는 등의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 코치는 폭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합동조사단에 밝혔다.

성추행과 관련해서는 최 코치가 선수의 손을 잡고 “내가 손잡아 주니까 좋지”라고 말한 내용이 문제가 됐다. 최 코치는 “성추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나 선수들이 그렇게 느꼈다면 사과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대표팀은 올림픽 이후 후원사인 신세계로부터 포상금 1억 원을 받아 세금 등을 제하고 선수 1인당 700만 원씩 나눠줄 계획이었다. 이때 최 코치는 중고교 컬링팀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해 장비 지원 등을 위해 1인당 100만 원씩 기부하자고 했으나 선수 2명이 이의를 제기했다. 합동조사단은 이때 최 코치가 “어려웠을 때를 생각하라”며 강요로 느낄 만큼의 질책을 했다고 밝혔다.

최 코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기도체육회는 최 코치의 행위가 부적절했다고 보고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해임조치하기로 했다. 국가대표팀 정모 감독(57)은 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한컬링경기연맹의 조사를 받고 있다. 경기도체육회는 “선수들이 제출한 사직서를 접수했지만 수리 여부에 대해서는 선수들과 면담을 통해 결정하겠다. 최 코치가 물러나는 만큼 반려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여자 컬링#사표#코치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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