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감독들 선수들에게 쓴 소리 하는 까닭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3월 18일 07시 00분


왼쪽부터 성남 박종환 감독, 울산 조민국 감독, 포항 황선홍 감독. 사진|성남FC·스포츠동아DB
왼쪽부터 성남 박종환 감독, 울산 조민국 감독, 포항 황선홍 감독. 사진|성남FC·스포츠동아DB
박종환 “제파로프, 선수도 아냐”
조민국 “마스다, 너무 뻣뻣하다”
황선홍 “배천석, 의지가 부족해”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감독들이 제자들을 향해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8일 개막한 클래식은 2라운드를 마쳤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가 나란히 2연승으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디펜딩 챔피언 포항 스틸러스는 2연패로 승점을 얻지 못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 참가 중인 포항과 울산, FC서울, 전북이 가장 많은 4경기를 소화했다. 이제 10개월에 달하는 긴 레이스를 시작했을 뿐이다.

각 구단은 시즌 초 경기를 통해 동계전지훈련의 성과를 분석한다. 전훈에서 쌓은 전술과 조직적인 움직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100% 경기력이 나오진 않는다. 선수들도 조금씩 몸을 끌어올리고 있다. 감독들은 농부의 심정이다. 1년 수확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터에 씨를 뿌리고 물을 대야 한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조금씩 나아지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올해 감독들은 시즌 초반부터 작정한 듯 이례적으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실명을 거론하며 마음가짐과 자세를 지적했다. 잘 나가고 있는 팀이나 그렇지 못한 팀이나 상황은 비슷하다. 울산과 포항, 성남이 단적인 예다.

울산 조민국 감독은 12일 열린 챔스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전을 마치고 일본출신 외국인선수 마스다에게 공개적인 실망감을 표현했다. 마스다는 이날 선발 출전했지만 전반 37분만 뛰었다. 조 감독은 “마스다가 중원에서 패스 연결이나 공격적인 플레이를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웨스턴시드니전도 마찬가지여서 포항과 개막전에서 제외했다. 너무 뻣뻣한 느낌이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날 일본 기자들이 취재를 온 터라 비판의 강도는 더했다.

포항 황선홍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 배천석을 타깃으로 삼았다.

포항은 올 시즌 제로(0)톱 전술을 들고 나왔다. 옅은 선수층에서 활용할 수 있는 최선책이다. 하지만 배천석 등 젊은 자원들이 믿음을 주지 못했다. 애초에 기대감은 컸다. 배천석은 2월25일 열린 세레소 오사카전에서 후반 동점골을 뽑아 1-1 무승부를 이끌었다. 하지만 기대감은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11일 챔스리그 부리람전에서 후반 교체 출전했지만 13분 만에 그라운드를 나왔다. 선수를 믿고 기용하는 황 감독의 성향과 배치되는 상황이다. 황 감독은 15일 부산전을 마치고 배천석을 향해 채찍을 들었다. 그는 “경기 적응력이 떨어졌고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면서 “공격수로서 꾸준한 흐름을 유지하지 못한다. 밸런스가 쉽게 깨졌다. 스스로 안주하는 것 같다. 경각심을 갖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남 박종환 감독도 직격탄을 날렸다. 외국인 선수 제파로프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선수도 아니다. 기술이 있으면 팀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아무도 없는 미드필드에서 혼자 공을 잡고 있다.”

감독들의 쓴 소리는 다분히 의도적이다. 일반적으로 감독과 선수의 갈등은 팀 내 면담으로 푼다. 경기력 저하는 훈련을 조절해 해결한다. 하지만 감독은 이런 과정보다는 채찍을 먼저 들었다. 선수에게 강력한 자극을 주기 위해서다.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의도도 보인다. 시즌 초반 감독들의 쓴 소리가 과연 어떤 효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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