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는 3년째 같은 사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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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꺾고 정규리그 또 제패
레오 49점… 29점 아가메즈 기죽여

호구고수(狐구羔袖)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계속 호구(虎口) 노릇을 고집한다는 뜻은 아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이 말을 “여우 가죽으로 만든 옷에 염소 가죽으로 된 소매라는 뜻으로, 다 좋으나 한 군데 나쁜 곳이 있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한다.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에도 삼성화재 한 팀 때문에 호구고수가 됐다.

현대캐피탈은 9일 오후 2시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시작한 2013∼2014 NH농협 V리그 경기에서 삼성화재에 1-3(25-22, 23-25, 17-25, 20-25)으로 역전패하며 오전 8시 반부터 줄을 서 표를 구한 관중 6250명이 라이벌 팀 정규리그 우승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을 지켜보게 만들었다.

두 팀 모두 한 경기씩 남겨두고 있지만 승점 차가 4점이 됐기 때문에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삼성화재는 3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삼성화재는 또 이날 승리로 현대캐피탈과 올 시즌 맞대결 성적에서도 3승 2패로 앞서면서 프로배구 출범 이후 10년 연속 상대 전적에서 우위를 기록하게 됐다.

한마디로 뛰는 아가메즈(29·콜롬비아) 위에 나는 레오(24·쿠바)였다. 현대캐피탈 아가메즈는 이날 경기에서 29득점을 올렸지만 삼성화재 레오가 기록한 49득점에는 새 발의 피였다. 현대캐피탈에서는 문성민(28)도 18점(공격성공률 72.7%)을 보태며 힘을 실었지만 레오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기자회견에 함께 나온 레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이긴다는 보장만 있다면 오늘 같은 경기에서 우승하는 게 기분도 좋고 멋도 있다. 정말 기쁘다”며 “선수들에게 늘 제일 강조하는 게 팀워크다. 오늘도 2세트 때 선수들이 결집하는 게 느껴져 예감이 좋았다. 정규리그는 버티기 싸움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리가 1위는 아니었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똘똘 뭉쳐 버텨준 게 우승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수원 경기에서는 러시앤캐시가 한국전력에 3-2(17-25, 21-25, 25-16, 25-23, 15-13)로 역전승을 거두고 창단 이후 10번째 승리를 거뒀다.

천안=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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