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인도국기 못 들지만… 난 인도국민의 대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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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루지 5연속 출전 시바 케샤반
자국 올림픽위 임원 부패인사 선출… IOC 회원자격 박탈로 오륜기 입장
산악도로서 바퀴 달린 썰매로 훈련… 2002년엔 이탈리아대표 제의 거절

2014 소치 겨울올림픽 남자 루지에 출전한 인도의 시바 케샤반(33). 그는 17세 때인 1998년 나가노 대회를 통해 올림픽에 데뷔한 뒤 이번 대회까지 5회 연속 출전하고 있다. 2011년과 2012년 아시아컵 우승을 차지했지만 올림픽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2006년 토리노 대회 때의 25위가 최고였다. 그래도 겨울스포츠의 변방인 인도를 알린다는 자부심만큼은 컸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그는 나라 잃은 설움 같은 걸 곱씹게 됐다. 올림픽 기간 케샤반의 공식 신분은 인도 대표 선수가 아니라 ‘올림픽 독립 참가자(Independent Olympic Participant)’다. 소치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아시아에서 출전한 18개국 가운데 인도는 없다. 7일(현지 시간) 개막식에서 그는 스키 종목에 나서는 인도 출신 동료 2명과 함께 자국의 삼색 국기 대신 오륜기를 앞세워 입장했다.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만약 메달을 딴다고 해도 시상식에는 오륜기가 올라가며 금메달을 차지해도 인도 국가가 아닌 올림픽 찬가가 연주된다.

이 같은 조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12년 12월 인도올림픽위원회(IOA)의 회원 자격을 박탈했기 때문이다. IOA의 집행부 선거 과정에서 부패 연루 인사가 선출됐으며 정부의 부당한 간섭이 있었다는 게 징계 사유였다. 정치와 스포츠의 엄격한 분리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 IOC는 소치 올림픽 개막 전까지 재선거를 치를 경우 징계를 풀어주기로 했지만 IOA는 그 날짜를 9일로 잡아 사태 해결은 무산됐다.

케샤반은 “인도를 대표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실망스럽고 부끄럽다. 인도 스포츠의 수치다. 그래도 인도 국민을 대표한다는 각오로 나서겠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인도인들의 성원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인도 북서부 산악지대에서 인도인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케샤반은 인도에 루지 연습시설이 없어 산악 도로에서 바퀴 달린 썰매를 타기도 했다. 2002년 이탈리아 대표 제안을 받았으나 “나는 인도인”이라며 거절했다. 나가노 올림픽 때 한국팀에서 방한 재킷과 썰매를 빌렸던 그는 2006년에야 8000달러(약 850만 원) 가까이 드는 개인 썰매를 장만했다. 최근에는 기금 모금을 통해 훈련경비를 마련하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인도#시바 케샤반#남자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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