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웰 ‘완장 효과’ 톡톡히 누리는 전자랜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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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맡기니 개인주의 벗고 팀 위해 헌신
로드도 달라져 감독 질책 받자 ‘90도인사’

손가락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넘어질 것 같은 허약한 사람도 다른 사람들을 호령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완장이라고 소설가는 말한다. 윤흥길의 소설 ‘완장’은 평소 멀쩡하던 사람도 완장만 찼다 하면 돌변해 주변인들을 들볶고 괴롭힌다는 얘기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전자랜드의 리카르도 포웰(31·사진)은 197cm, 101kg의 거구다. 허약과는 거리가 먼 당당한 체격이다. 완장을 찬 그는 전보다 동료들을 더 많이 챙긴다. 포웰은 팀의 최고참 이현호(34)가 맡던 주장을 6일 넘겨받았다. 외국인 선수 주장은 2006∼2007시즌 동부에서 뛴 자밀 왓킨스에 이어 두 번째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선수들이 많이 어리다. 현호가 벤치에 있을 때 코트에서 리더 역할을 해 줄 선수가 필요해 포웰에게 주장을 맡겼다. 승리욕이 강한 포웰이 책임감까지 강해져 일단은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완장을 뗀 이현호에게는 플레잉 코치 명함을 달아주면서 후배들의 시어머니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을 계속 열어뒀다. 한 프런트는 “이현호는 팀의 최고참인 데다 코치 역할까지 맡았으니 주장이 아니더라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자랜드는 사실상 2명의 주장을 둔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평소 자신의 경기력에만 신경 쓰던 포웰은 완장을 찬 뒤 달라졌다. 경기 도중 수시로 선수들을 불러 모아 얘기한다. 벤치에 있을 때도 앉아 있는 시간보다 선 채로 소리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주장이 되기 전에는 출전 시간이 성에 차지 않으면 입이 튀어나온 채 벤치에 앉아 있기 일쑤였던 그이다. 하지만 지금은 훈련 때도 체육관에 가장 먼저 나온다. 어설픈 한국말(차렷, 경례)로 훈련을 마무리하는 것도 그의 몫이 됐다. 포웰이 주장이 된 뒤로는 찰스 로드(29)도 달라졌다. 11일 동부전 4쿼터 막판, 경기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벤치에서 운동화 끈을 풀었다 유 감독으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은 로드는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90도로 숙여 사과했다. 전창진 KT 감독이 두 손 두 발 다 들어 ‘미운 오리 새끼’라는 별명이 붙었던 로드다. 로드는 2012년까지 두 시즌을 KT에서 뛰었다. 전자랜드는 포웰이 주장을 맡은 뒤 9일 SK전부터 3연승하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시즌 두 번째 3연승을 기록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리카르도 포웰#전자랜드#프로농구#주장#외국인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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