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통신원의 네버엔딩스토리] 돌아온 ‘빅3’ 멀더…5년여 공백 깨고 빅리그 재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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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월 9일 07시 00분


■ LA 에인절스와 마이너 계약 마크 멀더

2000년대 초 오클랜드 ‘빅3’ 선두주자로 맹활약
빅리그 2년차 때 21승8패 다승왕…최고 전성기
2006년 어깨 부상 후 부진…결국 2008년 은퇴
아마골프 선수·야구분석가 등 각 분야에서 활동
옛 동료들 활약에 자극…5년여 만에 복귀 결심


2000년대 초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빅3’ 선두주자였던 마크 멀더가 현역 복귀를 꿈꾸고 있다. 멀더는 2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선발로테이션에 진입할 경우 600만달러를 웃도는 연봉을 받는 조건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팬들은 멀더가 에인절스의 선발진에 합류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ESPN 설문조사 결과, 약 60%는 멀더의 빅리그 복귀가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2008년 은퇴한 이후 공백기가 너무 길었다는 이유에서다. 1977년생으로 빅리그를 경험한 서재응(KIA), 김선우(LG)와 동갑인 멀더가 5년여의 공백을 깨고 과거의 영화를 재현할 수 있을지, 그를 아끼는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엘리트 코스

일리노이주 사우스 홀랜드에서 태어난 멀더는 미시건주립대로 진학했다. 미시건주립대는 현 LA 다저스의 공동 구단주 매직 존슨을 앞세워 1979년 NCAA(미국대학체육협회) 토너먼트에서 래리 버드가 이끄는 인디애나주립대를 꺾고 우승하는 등 농구 명문으로 유명하다. 야구에서도 커크 깁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감독)을 비롯해 스티브 가비, 존 스몰츠, 로빈 로버츠 등 메이저리그를 주름잡은 슈퍼스타들을 배출했다. 198cm의 장신이면서도 부드러운 투구폼을 지닌 좌완 멀더는 대학무대를 평정한 뒤 1998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내야수 팻 버럴에 이어 전체 2순위로 오클랜드에 지명됐다. 그가 메이저리그로 승격되는 데는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머니볼’로 유명한 어슬레틱스 빌리 빈 단장은 2000년 4월부터 23세에 불과한 멀더에게 선발 기회를 부여했다.

● ‘빅3’의 탄생

2000년대 초반 어슬레틱스는 팀 허드슨, 배리 지토, 멀더로 이뤄진 영건 3총사를 앞세워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1975년생으로 3명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우완 허드슨이 2000시즌 20승6패를 기록하며 에이스로 먼저 자리매김했다. 같은 해 멀더는 9승(10패)을 따냈고, 마이너와 메이저를 오간 막내 지토(36)는 7승4패, 방어율 2.72를 올리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빅3’가 본격적으로 위용을 떨친 것은 2001시즌부터다. 지토가 17승, 허드슨이 18승을 거뒀고 멀더는 21승8패, 방어율 3.45로 아메리칸리그 다승왕에 올랐다.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뉴욕 양키스 소속이던 로저 클레멘스(20승3패)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02년에는 지토가 무려 23승(5패)이나 따내며 아메리칸리그 다승왕 및 사이영상을 거머쥐었다. 멀더는 19승, 허드슨은 15승을 신고했다. ‘빅3’가 어슬레틱스에서 함께 뛴 것은 2004년까지였다. 5년간 ‘머니볼’의 위력을 널리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기간 멀더는 허드슨과 나란히 81승을 거뒀고, 지토는 72승을 올려 세 선수가 무려 234승을 합작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선 ‘머니볼’의 돌풍이 거세지 못했다. 어슬레틱스는 2000년부터 2003년까지 4년 연속 디비전시리즈에서 모두 2승3패로 무너졌다.

● ‘빅3’의 해체

2004시즌을 마치고 멀더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트레이드됐고, 허드슨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둥지를 옮겼다. 3명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지토만 팀의 에이스로 남았다. 내셔널리그로 옮긴 첫 해 멀더는 16승8패, 방어율 3.64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그러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카를로스 벨트란의 신들린 활약을 앞세운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벽에 막혀 월드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다. 부상의 악령이 찾아온 것은 2006년. 5월 중순까지 5승1패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6차례 선발로 나서서 방어율 6.09에 그치는 슬럼프에 빠졌다. 정밀검사 결과 어깨 회전근에 이상이 생겼다는 진단이 나왔다. 2개월간 부상자명단에 오른 멀더는 8월 24일 복귀전을 치렀지만, 3이닝 동안 무려 9실점하며 고개를 숙였다. 결국 수술대에 오른 멀더는 2007시즌 막판 3경기에 등판해 방어율 12.27을 기록한 뒤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멀더의 메이저리그 마지막 선발등판 경기는 2008년 7월 10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이었다. 선두타자 지미 롤린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이후 볼을 8개나 연달아 던지며 제구력에 문제를 드러냈다. 설상가상으로 견제구를 던지다 어깨 통증이 재발해 마운드에서 물러나야 했다.

● 제2의 인생

뜻하지 않은 어깨 부상으로 일찍 은퇴를 선언한 멀더는 골프선수로 전향을 꾀했다. 다친 어깨 때문에 오른손잡이로 스윙을 해야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핸디캡 0을 기록할 정도로 재능을 보였다. 각종 아마추어대회에서 우승을 휩쓸기도 했으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결국 골프를 접은 멀더는 2011년부터 ESPN의 간판 프로그램인 ‘베이스볼 투나잇’의 분석가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훤칠한 외모와 수려한 언변을 앞세워 인기를 끌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그의 마음속에는 허전함이 가득했다. 2012년 월드시리즈 1차전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발로 출격한 지토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와의 대결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자신보다 두 살 많은 허드슨도 브레이브스로 이적한 후 9년간 113승이나 따내며 건재를 과시한 뒤 최근 자이언츠와 2년간 2300만달러에 계약했다. 옛 동료들의 활약에 자극받은 멀더는 2013시즌을 마친 뒤 ESPN에 결별을 통보하고 현역 복귀를 위해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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