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배구단, 뽐내기 삼총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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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러시앤캐시 선전 이끄는 경기대 동기 송명근-이민규-송희채

“한 팀에서 뛸 수 있어 든든하다.” 러시앤캐시의 ‘경기대 3총사’는 이구동성이었다. 올 시즌 신인왕이 누가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이민규와 송희채는 “기록이 뛰어난 명근이가 상을 받고 우리는 연봉이 오르면 좋겠다. 물론 신인왕 상금은 화끈하게 풀어야 한다”며 웃었다. 앞에서부터 세터 이민규, 레프트 송명근, 레프트 송희채.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한 팀에서 뛸 수 있어 든든하다.” 러시앤캐시의 ‘경기대 3총사’는 이구동성이었다. 올 시즌 신인왕이 누가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이민규와 송희채는 “기록이 뛰어난 명근이가 상을 받고 우리는 연봉이 오르면 좋겠다. 물론 신인왕 상금은 화끈하게 풀어야 한다”며 웃었다. 앞에서부터 세터 이민규, 레프트 송명근, 레프트 송희채.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점심 휴식을 마친 선수들이 하나둘 모였다. 경기 용인시 대웅경영개발원 내 체육관. 지난 시즌까지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사용했던 곳이다. 러시앤캐시 김세진 감독(40)은 “구단이 어렵게 체육관을 구해줬다. 운동하기에 좋은 여건”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2승을 목표로 했던 신생팀 러시앤캐시는 전체 일정의 절반인 15경기 만에 3승을 거뒀다. 8연패에 허덕이다 지난해 12월 5일 LIG손해보험을 제물로 창단 첫 승을 신고한 데 이어 한국전력과 우리카드도 3-0으로 완파했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내년에는 우승을 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젊은 선수들이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덕분이다. 돌풍을 준비하고 있는 러시앤캐시의 김 감독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경기대 3총사’ 레프트 송명근(21), 세터 이민규(22), 레프트 송희채(22)를 만났다. 셋은 1학년 때부터 경기대를 대학배구 최강으로 이끌었다.

김세진 감독
김세진 감독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는데 호흡이 척척 맞는 셋이 있어 다행이다. 선수들을 보강한 뒤 다음 시즌부터 참가하자는 말도 있었지만 일찌감치 뛰어들기 잘한 것 같다.”(김 감독)

송명근은 1일 현재 득점 7위에 올라 있다. 국내 선수로는 한국전력 전광인에 이어 2위다. 공격 성공률은 58.7%로 지난해 1위 삼성화재 레오(56.6%)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는 겸손했다.

“TV로만 봤을 때는 프로에 와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베테랑 선배님들을 상대하다 보니 너무 어렵다. 그래도 동기들과 함께 뛰어 든든하다.”

차세대 국가대표 세터로 주목받고 있는 이민규는 세트(토스) 부문에서 세트 평균 12.31개로 삼성화재 유광우(12.36개)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프로 팀에 오니 새롭고 즐겁다. 감독님, 코치님, 멤버들도 모두 좋다(웃음). 대학 동기들과 같이 뛴다는 것은 대단한 복이다. 명근이와는 고교(송림고) 때부터 함께해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송희채는 터프한 라이트 공격수 같은 외모지만 꼼꼼한 수비형 레프트다. 대한항공 곽승석, 한국전력 서재덕에 이어 리시브 3위에 올라 있다.

“얘들과 배구를 하면서 항상 봐 온 그림이 있다. 내가 리시브를 하면 민규가 멋지게 띄우고 명근이가 강력한 스파이크를 때리는 것이다. 그게 성공할 때 기분은 정말 짜릿하다.”

오래 한솥밥을 먹어온 만큼 셋은 서로에 대한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듣고 있던 김 감독이 “역시 정확히 알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민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명근이는 정직한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요령이 없다. 희채는 배구 센스가 뛰어나지만 그걸 믿고 가끔 요령을 피운다.”

송명근은 ‘정직하게’ 친구들의 장단점을 꼽았다. “민규는 속공 토스와 백토스를 잘한다. 키(190cm)가 커서 블로킹도 좋다. 하지만 앞으로 띄우는 토스가 불안하다. 희채는 기본기가 좋지만 때때로 감정 컨트롤을 못한다.”

송희채도 생각이 같았다. “이민규는 빠르고 높지만 앞 토스가 불안하고 송명근의 장점이자 단점은 정직하다”고 했다. 정직한 게 왜 단점인지 묻자 김 감독이 “말이 좋아 정직이지 너무 단순하다”고 정리를 해줬다. “맞아! 맞아!” 이민규와 송희채가 웃으며 손뼉을 쳤다.

‘경기대 3총사’는 남은 경기에서 최소 5승은 더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감독은 2승을 더하는 게 목표라며 몸을 낮췄다. 다음 시즌에 대해서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민규), “올해보다 나은 팀”(송명근),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팀”(송희채)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명근이와 민규를 보고 있으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런 서브와 스파이크를 상대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싶어서다. 적이라면 정말 무서웠을 것이다.”(송희채)

함께 있기에 그들은 두려울 것이 없어 보였다. 인터뷰를 마친 셋은 서둘러 코트로 나섰다. 쌀쌀한 바깥 날씨가 무색하게 새해를 하루 앞둔 체육관은 패기와 열정으로 달아올랐다.

용인=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러시앤캐시#프로배구#송명근#이민규#송희채#김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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