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잘라버린 두산, 정말 사람이 미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11월 29일 07시 00분


모기업 슬로건과 정반대 행보에 쓴웃음

‘사람이 미래다.’ 두산그룹의 슬로건으로, 광고를 통해 잔잔한 감동을 이끌어내기도 했던 문구다.

야구단 문화도 모기업 분위기를 따라가기 마련이다. 슬로건에서 나타나듯 두산은 전통적으로 ‘인화’를 중시하는 구단이었다. 인적 자원의 소중함을 강조했고, 유망주들에게 전폭적 투자를 통해 ‘화수분야구’라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두산의 행보는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다. 오랜 기간 두산과 인연을 맺어온 베테랑 선수들과 차갑게 돌아서더니, 27일에는 올 시즌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끈 김진욱 감독을 경질했다.

이번 감독 경질을 두고 여러 이야기들이 오가는 가운데, 두산 박용만 회장과 박정원 구단주에 대한 시선도 싸늘하다. 두산 프런트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자율권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감독 교체에까지 전권을 휘두를 수는 없다. 다른 구단들처럼 감독 교체는 오너 일가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구조다. 박 회장과 박 구단주는 야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각별한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과의 올해 한국시리즈 때는 이례적으로 대구 원정에까지 나서서 팀의 우승을 기원했다. 한국시리즈 6차전 직전 덕아웃까지 찾아가 선수들을 모아놓고 격려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두산은 경질 사유로 김 감독의 ‘승부사 기질 부족’을 내세웠지만, 경질이라는 결과를 떠나 과정이 문제였다. 감독을 버젓이 마무리캠프로 보낸 상황에서 선수구성에 대한 소통 없이 일방적 결정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팀 분위기가 술렁이는 가운데 새로 지휘봉을 잡은 송일수 신임 감독에게도 이는 적잖은 부담이다. 몇몇 선수들은 “이러다 나도 언제 쫓겨날지 모르겠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올 겨울, 두산에는 ‘인화’가 없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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