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재패 기념 중·고등 유도연맹전] ‘전 경기 한판승’ 전승범 스타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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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11일 07시 00분


전승범(경민중)이 10일 경북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최민호-김재범 올림픽 제패 기념 제41회 추계 전국 남녀 중·고등학교 유도연맹전’ 마지막 날 남중부 51kg이하급 결승에서 우승한 뒤 우사인 볼트의 ‘번개 세리머니’를 보여주고 있다. 김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전승범(경민중)이 10일 경북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최민호-김재범 올림픽 제패 기념 제41회 추계 전국 남녀 중·고등학교 유도연맹전’ 마지막 날 남중부 51kg이하급 결승에서 우승한 뒤 우사인 볼트의 ‘번개 세리머니’를 보여주고 있다. 김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중학생 유도 신동 ‘김천의 별’로 뜨다

남다른 운동신경 발견한 유도부 선생님
초등 4학년 아이 초밥 사주며 도복 권유
런던올림픽 金 송대남의 경민중 후배
화려한 기술유도 동경…우상은 최민호


사진기자가 미처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전에 한판으로 끝내버렸다. 그 다음 경기도 눈 깜짝할 새였다. 그렇게 결승까지 네 판을 모조리 한판승으로 장식했다. 10일 경북 김천 실내체육관에선 ‘최민호·김재범 올림픽 제패 기념 제41회 추계 전국 남녀 중·고등학교 유도연맹전’(스포츠동아·동아일보사 주최) 마지막 날 각부 체급별 결승전이 잇달아 펼쳐졌다. 그 가운데 남중부 51kg이하급의 전승범(경민중 3학년)은 단연 돋보였다. 결승에서 범계중 이호연을 상대로 엎어치기 한판승을 거둔 직후에는 육상스타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번개 세리머니’를 흉내 낸 제스처까지 보여줬다. 실력도, 근성도, 끼도 중학생의 클래스를 넘어선 모습이었다.

● 최민호-김재범-송대남과의 인연

전승범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유도를 시작했다. 이미 달리기에선 학교 대표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운동신경을 타고 났다. 유도부 선생님이 운동을 권하며 사준 초밥이 전승범의 인생항로를 결정지었다. 맛있는 초밥을 먹은 뒤 유도 입문을 결심한 것이다.

유도를 시작하자마자 재능을 꽃피웠다. 유도명문 경민중 입학도 일찌감치 결정됐다. 그러나 경민중은 학교 사정 때문에 전승범을 용문중으로 전학 보내 관리를 일임했다. 이후 용문중이 전승범 관리에 어려움을 드러내자, 지난 6월 경민중은 다시 전승범을 받아들였다. 그로부터 3개월-. 전승범은 우승으로 화려하게 복귀를 신고했다.

전승범은 전학 과정에서 많은 마음고생을 했다. “슬럼프”라고 표현했다. 그 같은 슬럼프를 이겨내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은 뜻밖에도 2012런던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재범(28·한국마사회)이었다. 8일 열린 이번 대회 공식 개회식에서 김재범이 해줬던 “노력하는 자만이 슬럼프를 겪는 것”이라는 요지의 즉흥연설이 전승범에게 큰 힘을 불어넣어주었다. 김천에서 유도에 다시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얻은 것이다.

경민중 입학으로 2012런던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송대남의 직속후배가 됐다. 경민중 문제일 감독은 “유도에 임하는 근성이나 자세는 송대남을 보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전승범의 우상은 2008베이징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최민호다. 최민호가 남자 최경량급인 60kg이하급의 금메달리스트인데다, 최민호의 전 경기 한판승에 빛나는 화려한 유도를 동경하기 때문이다.

● 어머니를 위해

전승범이 유도밖에 모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어머니 유성숙 씨를 위해서다. 마트에서 일하는 어머니는 아들의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휴가원을 내고 찾아온다. 이날도 아들의 우승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그냥 보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녹화했다. 아들과 경기 내용을 복기하기 위해서였다. 불교 신자인 유 씨는 아들의 경기 전날이면 절을 찾아 108배를 드린다. 큰 아들이 고3인데도 힘든 운동을 하는 둘째아들 전승범에게 마음이 쏠리는 것은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이다. 유 씨는 “준우승만 해도 하루 종일 펑펑 울 정도로 근성이 있는 아이다. 승범이가 전 경기 누르기로 이기겠다고 약속했는데, 결승은 엎어치기로 이겼다”며 대견한 눈길로 금메달을 목에 건 아들을 바라봤다.

김천|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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