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지옥 벙커’ vs 골프 女帝 ‘컴퓨터 샷’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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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티시 여자오픈 1일 티오프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골프 여제’ 박인비가 31일(한국 시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열린 프로암대회에서 드라이버샷을 하고 있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3연속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남녀 골프를 통틀어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에 4개 메이저대회를 제패하게 된다. KB금융그룹 제공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골프 여제’ 박인비가 31일(한국 시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열린 프로암대회에서 드라이버샷을 하고 있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3연속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남녀 골프를 통틀어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에 4개 메이저대회를 제패하게 된다. KB금융그룹 제공
‘탱크’ 최경주(43·SK텔레콤)는 벙커샷의 달인이다. 전남 완도 출신인 그는 “고향 완도의 폭신한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벙커샷 연습을 했는데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그때 익힌 감이 평생을 간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최경주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벙커가 있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17번홀 그린 옆에 자리 잡은 ‘로드 홀 벙커(Road Hole Bunker)’다. 높이가 2m 정도인 전형적인 항아리 벙커다. 2005년 브리티시오픈(공식명 디오픈)에서 최경주는 세 번의 샷을 하고 나서야 이 벙커를 겨우 빠져 나왔다. 그는 이 홀에서만 5타를 잃었다.

1978년 디오픈에서 선두를 달리던 토미 나카지마(일본)는 이 벙커를 탈출하는 데만 4타를 소비했고, 결국 이 홀에서 5타를 잃었다. 선두권에서 밀려난 것은 당연했다. 이후 이 벙커는 ‘나카지마 벙커’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1일(한국 시간) 시작되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골프계 사상 첫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골프여제’ 박인비(25·KB금융그룹)도 이 홀을 승부 홀로 꼽았다. 박인비는 7월 31일 프로암대회 후 공식 인터뷰에서 “세컨드샷을 (그린)앞쪽으로 보내려면 벙커가 위험하고, (그린) 뒤로 넘기면 카트 도로까지 가기 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홀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홀 중 하나로 꼽힌다. 홀에 붙은 별명도 ‘더 로드 홀(the Road Hole)’이다. ‘지옥으로 가는 홀’이라는 뜻이다. 2007년 브리티시여자오픈이 이곳에서 열렸을 때는 파5였지만, 이번 대회에는 파4홀로 세팅돼 난도가 더 높아졌다.

국내외 50여 개 골프장을 설계한 골프장 디자이너 송호 씨는 “전략을 갖고 임해야 되는 홀이다. 드라이버샷은 페이드(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휘는 샷)로 치고, 우드로 치는 세컨드샷은 드로(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살짝 휘는 샷)를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티샷은 또 올드 코스 호텔을 가로 질러 넘겨야 한다.

최종일에는 이 홀의 핀이 벙커 뒤에 꽂힐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어려움은 더 커진다. 그린 폭이 14m 정도밖에 안 되는 데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경사져 있어 잘 친 것처럼 보이는 샷도 자석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벙커에 빠지곤 하기 때문이다.

영국 BBC는 2000년 디오픈을 앞두고 이 홀에 대한 공략법을 소개했다. 근본 원칙은 버디는 아예 생각지 말고 파를 노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컨드샷을 일부러 짧게 쳐 그린 앞에서 어프로치로 공을 홀에 붙이거나, 아예 길게 쳐 벙커를 넘긴 다음에 그린 뒤에서 어프로치샷을 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공을 높게 띄워 핀을 직접 공략할 수도 있지만 공이 벙커에 빠지거나 도로까지 나갈 가능성이 많다고 경고했다.

이 홀을 잘 넘기면 박인비는 스윌컨 다리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18번홀과 1번홀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스윌컨 개울 위에 세워진 이 다리는 ‘전설’들의 자취가 남아 있는 명소다. 700여 년 전에 세워진 이 다리 위에서 잭 니클라우스는 현역 은퇴 선언을 했고, 톰 왓슨은 마지막 디오픈 출전을 기념해 이 다리에 키스를 했다.

박인비는 1일 오후 3시 3분 베아트리스 레카리(스페인), 조디 섀도프(잉글랜드)와 티오프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박인비#벙커#로드 홀 벙커#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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