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종양 제거 수술 2주도 안돼 야구장 출근 LG 차명석 투수 코치…‘야구바보’ 미스터차

  • Array
  • 입력 2013년 7월 23일 07시 00분


LG 차명석 투수코치의 야구를 향한 열정은 악성종양도 막지 못했다. 차 코치가 21일 신장에서 발견된 종양제거수술을 받은 후 13일 만에 잠실구장을 찾아 투수들을 둘러보는 투혼을 발휘했다. 사진은 차 코치가 불펜에서 야구공을 한 손으로 던져 받기를 하고 있는 모습. 잠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LG 차명석 투수코치의 야구를 향한 열정은 악성종양도 막지 못했다. 차 코치가 21일 신장에서 발견된 종양제거수술을 받은 후 13일 만에 잠실구장을 찾아 투수들을 둘러보는 투혼을 발휘했다. 사진은 차 코치가 불펜에서 야구공을 한 손으로 던져 받기를 하고 있는 모습. 잠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병상서도 투구 분석…신정락 실투 바로 지적
“야구장 밖에 있어도 온통 야구생각밖에 안나”
만류하던 김기태 감독도 백기 “열정 못말려”


LG 트윈스가 자체 청백전을 치른 21일 잠실구장. 일찌감치 야구장에 도착한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천천히 라커룸으로 향했다. 신장에서 악성종양이 발견돼 수술을 받은 지 불과 13일 만이었다. 차 코치는 “김기태 감독님과 코칭스태프에게 인사하러 들렀다. 수술을 받았지만 회복이 빠르고, 큰 이상이 없다고 해서 (경기장에) 나왔다”며 가볍게 웃어보였다. 수술을 받은 탓에 걸음은 평소보다 많이 느렸지만, 얼굴은 밝기만 했다.

차 코치는 코칭스태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6일 목동 넥센전 이후 보름 만에 다시 찾은 자신의 유니폼이었다. 김 감독까지 나서서 “(차)명석이 유니폼 못 입게 해”라고 다른 코치들에게 제지시켰지만, 차 코치의 의지를 가로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현장에서 선수단 전원과 인사한 차 코치는 불펜으로 이동해 잠시 놓았던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병상에서 LG의 경기를 대부분 챙겨 봤다. TV로 지켜본 LG 투수들의 투구 내용까지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불펜피칭을 하던 신정락에게 “지난 경기(17일 사직 롯데전)에서 황재균 타석 때 원 볼 상황에서 2구째 싱커를 던졌지? 내가 시즌 초반에 뭐라고 했지? 그럴 때 승부하는 방법을 알려줬잖아. 자꾸 까먹을 거야”며 가볍게 꾸짖었다. 오랜만에 들은 차 코치의 지적이 반가운지 신정락도 “예, 코치님”이라고 크게 답하며 씩 웃었다.

차 코치는 “수술을 받은 뒤 경과가 좋았고, 퇴원한 이후에는 집에서 푹 쉬었다. 하루에 7시간 이상 편안하게 잤고, 책도 많이 보면서 건강을 되찾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이어 “야구장 밖에 있었지만 항상 야구생각뿐이었다. (팀) 밖에 있으나, 안에 있으나 똑같더라. 그래서 오늘도 야구장에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야구장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천생 야구인이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술을 끊고 건강을 더 챙기게 됐다”는 차 코치는 서둘러 복귀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는 “23일 병원에서 한 가지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큰 문제가 없으면 감독님과 상의해 (팀에 정식으로) 합류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차 코치가 건강을 생각해 좀더 시간 여유를 두고 몸을 추스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차 코치의 조기 합류를 만류하고 있다. 김 감독은 “문병을 가보니 병상에서도 투수 로테이션 등 야구 얘기만 하더라. 좀더 쉬어야 하는데, 경기장에 나온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인사만 하고 들어가라고 했더니, 유니폼까지 갈아입었다. 정말 못 말리는 친구다”며 차 코치의 열정에 혀를 내둘렀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gtyong1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