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헛방망이 채태인, 정신차릴 때도 됐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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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타석에 14개 모자라지만 타율 0.376에 득점권은 0.488
“4월 펜스에 머리 부딪치고 감 찾아”

프로야구 삼성 채태인(31·사진)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성격뿐 아니라 성적도 그렇다.

채태인은 2008년 10홈런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선보였다. 타자 전향 2년 만의 일이었다. 그는 2009년(17홈런)과 2010년(14홈런)에도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다. 삼성 팬들은 그를 ‘채천재’라고 불렀다. 타고난 야구 천재가 아니면 이렇게 빨리 타자로 자리 잡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고교 시절 투수였던 채태인은 2001년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에 입단했다. 그러나 어깨 수술을 받은 데다 향수병이 심해 이듬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2004년 군 문제를 해결하고도 ‘해외파 유예 조항’ 때문에 프로야구에 등록할 수 없게 되자 그는 사회인 야구를 선택했다.

채태인의 엉뚱한 행동은 프로에서도 계속됐다. 2008년에는 인터넷 도박을 하다가 걸렸고, 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했을 때는 “(전년도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했던) 두산 김현수의 심정을 이해하게 됐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결정판은 2011년 5월 3일 사직 롯데 경기. 채태인은 2회초 1사 상황에 1루 주자로 나가 있었다. 다음 타자 신명철이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날렸지만, 공이 잡히는 줄 알았던 채태인은 1루로 되돌아가려고 했다. 결국 공이 빠지자 채태인은 2루 베이스를 밟지 않고 그라운드를 가로 질러 3루로 달려갔다. 이 플레이로 채태인은 ‘채럼버스(채태인+콜럼버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채천재가 채럼버스가 되면서 타율도 곤두박질쳤다. 2011년에는 0.220, 지난해에는 0.207이었다. 1억 원이 넘던 연봉도 반 토막이 났다.

하지만 올해는 다시 ‘채천재’ 모드다. 아직 규정 타석에서 14타석 모자라 타격 순위에 들지 못했지만 8일 현재 타율 0.376, 홈런 6개를 기록 중이다. 특히 득점권에서는 타율 0.488로 뛰어난 집중력을 자랑하고 있다.

채태인은 “4월 18일 포항 경기 때 파울볼을 잡으려다 펜스에 머리를 부딪혔다. 그때 누군가 ‘이제 태인이 정신 돌아오겠네’라고 농담했는데 그날 3안타를 쳐 기분이 좋았다”며 “홈런보다 안타를 많이 쳐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야구#삼성#채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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