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그들만의 올스타전? 뽑힌 선수들도 부끄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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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5일 07시 00분


■ 작년엔 롯데, 올해엔 LG…올스타 몰아주기 괜찮나

현장 투표 폐지…인터넷·모바일 투표뿐
1인 1일 1투표 방식 반복 몰표 방지 못해

속수무책 KBO…스타 없는 구단도 문제
선수들 “고맙긴 하지만…” 뽑혀도 창피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19일 포항구장에서 열린다. ‘별들의 잔치’ 올스타전은 말 그대로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이 한 구장에 모여 실력을 뽐내는 무대다. 그러나 지난해 롯데에 이어 올해 LG가 전 포지션을 독식하면서 올스타 팬 인기투표 방식에 대한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 팬 투표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개선책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잖다.

● 시대상 반영한 올스타 팬 투표 방식의 변화

1982년 태동한 한국프로야구는 각 구장 현장투표와 주간지 ‘스포츠동아’ 애독자들을 상대로 한 엽서 투표로 첫 해 올스타를 뽑았다. 이후 1998년 ARS 투표와 인터넷 투표가 처음 도입됐다. 인터넷 세상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1999년 엽서투표, 2000년 ARS 투표가 폐지됐다. 2002년부터 2010년까지는 현장 투표 및 인터넷, 모바일투표 등 3가지를 축으로 진행되다가 2011년부터는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 어플리케이션 투표가 도입됐다. 지난해부터 현장 투표가 폐지됐고, 올해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투표로만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한국프로야구 올스타 팬 투표 방식은 시대상을 반영하며 변모해왔다.

● ‘1인 1일 1투표’, 그래도 허점은 있다!

열혈 팬들의 한 구단 ‘몰아주기’를 방지하기 위해 올스타 팬 투표는 ‘1인 1일 1투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반복투표는 물론 지인들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극성팬들의 계획적 몰표는 사실상 규제할 수 없다. 한 구단 관계자는 “현재 올스타 투표는 마치 아이돌 그룹의 팬 투표와 마찬가지다. 과거만 해도 어느 정도 성적을 고려한 팬 투표가 이뤄졌지만, 이제는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팀에 대한 애착을 몰표로 표현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구단도 책임 있다!

올스타 팬 투표 방식의 허점에 따른 ‘몰아주기’는 온라인상에서 ‘일방적 쏠림 현상’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사회 분위기와도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팬들의 몰아주기 흐름을 견제할 수 있는 스타를 만들어내지 못한 구단들에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즉,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돼 스타를 키우지 못하는 각 구단의 행태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몇 해 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모 구단이 올스타는 물론 단 한명의 골든글러브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올스타 선발’을 부끄러워하는 선수

지난해 롯데가 처음으로 전 포지션을 싹쓸이한 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스타 팬 투표 방식에 대해 또 한번 많은 고민을 했다. 올해 불펜투수 부문을 신설한 것이나, ‘반짝 스타’가 올스타에 뽑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구단의 후보 추천 시기를 한달 여 정도 늦추고 투표기간을 전체적으로 줄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별무소득이다. KBO 관계자는 “최선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적어도 올스타에 선정된 선수가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현 풍토는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를 재정비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올스타로 뽑혔던 롯데 선수 A는 “팬들에게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부끄럽기도 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소속팀 팬들의 일방적 몰표로 올스타로 선정됐지만, 성적이나 평소 인기로 봤을 때 자신의 1위가 부끄럽다는 얘기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1인 1일 1투표’가 아니라 전체 투표기간 동안 ‘1인 1투표제’를 도입하거나, ‘특정 구단 소속 선수들을 몇 포지션 이상 투표할 수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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