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만은 못 진다…‘환갑의 라이벌’ 조훈현-서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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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6월 28일 07시 00분


21일에 열린 바둑nTV배 팀서바이벌 시상식. 조훈현 9단(왼쪽 2번째)과 서봉수 9단이 상금보드를 들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기원
21일에 열린 바둑nTV배 팀서바이벌 시상식. 조훈현 9단(왼쪽 2번째)과 서봉수 9단이 상금보드를 들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기원
바둑nTV배 팀서바이벌선 조훈현의 승리

지난 21일, ‘2013바둑nTV배 팀서바이벌’ 시상식에서 필생의 라이벌 조훈현(60) 9단과 서봉수(60) 9단이 만났다. 우승은 조훈현 팀. 환갑의 나이가 되었어도 한번 적수는 영원한 적수인 것일까. 패장으로 조훈현 옆에 서는 것이 불편했던지 서봉수는 슬그머니 파트너였던 여자선수의 팔을 잡아끌어 자리를 바꾸었다. 웃었지만 어색했다.

‘팀서바이벌’은 시니어남성기사(만50세 이상)와 여자기사가 2인1조 한 팀을 이뤄 크로스 대결을 벌인 후 두 판의 집수를 합산해 승패를 겨루는 대회다. 자신이 이기더라도 파트너가 큰 차이로 지면 진다. 그래서 이기면 큰 집차이로, 진다면 최소로 져야한다. 이른바 ‘방내기’대회다.

조훈현 팀과 서봉수 팀은 승승장구해 결승전에서 만났다. 비록 비공식대회이고 크로스대국 규정에 따라 상대팀 여성기사와 대결하지만 그래도 두 사람의 결승전 만남은 72번째였다.

서봉수가 기선을 제압했다. 상대 오유진을 7집반으로 물리쳤다. 결과를 확인한 조훈현의 바둑이 거칠어졌다. 최강의 수로 김신영을 몰아붙였다. 결과는 11집반승. 합계 4집차이로 조훈현-오유진팀이 우승하며 상금 2000만원을 받았다.

시상식이 끝나고 한국기원 부근 식당에서 축하 식사자리가 마련됐다. 우승자 조훈현이 중앙에 앉았고 서봉수는 세 사람건너 끝 쪽에 자리를 잡았다. 두 사람은 식사 중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동석한 사람들은 모두 ‘그러려니’하는 표정이었다.

1973년 백남배에서 첫 대결한 두 사람은 지금까지 367차례의 공식대결을 벌였다. 전적은 조훈현이 248승 119패로 앞서지만 큰 승부의 고비에서 서봉수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한 일이 적지 않다. 어느덧 환갑의 나이가 된 동갑내기 라이벌. ‘너에게만은 못 진다’는 조-서의 라이벌전은 어쩐지 10년 후에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양형모 기자 ranbi361@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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