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내고 다듬은 ‘종’횡무진 패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U-20 월드컵팀 세계수준 이끈 이광종 감독
27일밤 나이지리아와 최종 3차전
李감독, 15세 이하 팀부터 전담 조련… 공격-수비라인 간격 세밀하게 유지… 상대 강한 압박도 끄떡없이 견뎌

최근 한국 축구의 화두는 홍명보 월드컵 대표팀 감독(44)이다. 월드컵을 4회 연속 출전했고 외국의 명장 밑에서 코치를 거쳐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2012년 런던 올림픽 사령탑에 이어 24일 대표팀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2009년부터 짜임새 있는 조직력과 팀워크로 ‘홍명보표 축구’를 선보이며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했다.

터키에서 열리는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에 나간 이광종 감독(49)에게서도 ‘홍명보의 향기’가 난다. 2000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15세 이하, 17세 이하를 지도한 뒤 2011년부터 20세 이하 대표팀을 맡아 지도하고 있다. 홍 감독과 비슷하게 축구협회 차원에서 계속 키우고 있는 지도자다.

이 감독은 각급 대표 중 현대 세계축구의 흐름에 가장 근접한 축구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수비와 미드필드, 공격 라인의 간격이 가장 세밀하게 유지되고 있다. 성인 대표팀보다도 좋다. 수비할 때나 공격할 때 이 간격이 유지돼 상대의 강한 압박에도 잘 견디고 강호들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B조에서 쿠바를 2-1로 꺾었고 강호 포르투갈과는 2-2로 비겼다.

이 감독이 가장 강조하는 게 패싱 플레이다. 쿠바와 포르투갈 경기에서 봤듯 볼을 잡았을 경우 수비에서 미드필드, 공격으로 이어지는 짧고 정확한 패스가 일품이다. 포르투갈전에서 1-2로 뒤지던 후반 31분 왼쪽 윙백 심상민(중앙대)이 왼쪽을 돌파하며 한성규(광운대)와 2 대 1 패스를 주고받은 뒤 김현(성남)에게 연결해 골을 뽑아낸 패싱 플레이는 압권이었다. 포르투갈전에서 감각적인 트래핑에 이은 중거리 ‘캐넌 슛’으로 골을 터뜨린 공격형 미드필더 류승우(중앙대), 오른쪽 날개 강상우(경희대) 등 센스 있는 선수도 이 감독이 19세 때부터 발굴해 키우고 있다. 김선우(울산대)는 후반 플레이메이커로 위기의 팀을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 감독은 27일 오후 11시(한국 시간) ‘난적’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지도력을 제대로 검증받는다. 지난해 19세 대표를 이끌고 아시아선수권에서 8년 만에 정상에 섰지만 세계무대는 차원이 다르다. 한국은 1승 1무(승점 4, 골득실 +1)로 2위에 올라 있다. 나이지리아에 이기면 1위 포르투갈과 쿠바 경기 결과에 따라 조 1위까지 오를 수 있고 비기더라도 조 2위를 확보해 16강에 진출한다. 하지만 한국이 전통적으로 아프리카 축구에 약해 승리가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화끈하게 이긴다면 ‘이광종표 축구’도 한국 축구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월드컵 대표팀#홍명보#이광종#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