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김연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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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단거리 유망주 김민지

여자 육상 단거리 유망주 김민지가 13일 경기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훈련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성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여자 육상 단거리 유망주 김민지가 13일 경기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훈련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성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김민지(18·서울 광문고3)는 비인기 종목인 육상이 좋단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힘들고 세계적인 수준과 격차도 심한 육상이 말이다. “왜”라는 우문에 돌아오는 현답. “친구들도 왜 그 힘든 육상을 하냐고 물어요. 그럴 때면 ‘너는 왜 힘든 공부를 계속해?’라고 되물어요. 주위에서 보면 힘든 길일 수 있겠지만 저에게는 가장 잘할 수 있고, 재미있는 것이 육상이에요.”

한국 육상이 오랜만에 ‘육상의 꽃’이라 불리는 단거리 유망주의 등장에 함박웃음을 띠고 있다. 김민지는 6일 끝난 제67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에서 여자 100m, 200m에서 우승하며 2년 연속 2관왕에 올랐다. 시니어와 주니어 부문을 합쳐 열린 이번 대회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한 것. 기록도 눈에 띈다. 200m 결선에서 24초 18을 기록하며 여고부 한국 기록을 14년 만에 갈아 치웠다. 1위를 차지한 100m 결선에서도 11초 74로 1994년 이영숙이 세운 한국 기록(11초 49)에 근접했다.

보통 여자 단거리 선수의 전성기는 20대 중반부터다. 이영숙은 29세에 한국 기록을 세웠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여자 육상 3관왕을 차지한 그리피스 조이너(미국)도 당시 28세였다. 18세인 김민지는 벌써 20대 선수의 기록을 세우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담 지도하고 있는 이준 코치(62)는 “김민지는 꾸준히 기록을 단축하고 있다. 이 같은 상승세라면 몇 년 안에 육상 여자 100m, 200m 한국 기록 경신은 물론이고 아시아 정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민지의 놀라운 성장세에 육상 관계자들은 그를 ‘육상의 김연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육상을 시작했다. 마냥 달리는 것이 재미있었던 그와 달리 부모님은 육상 입문을 반대했다. 중학교 때까지 배구 선수였던 어머니 박명숙 씨(44)는 “나는 물론이고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 선수였던 남편도 운동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기 때문에 민지가 육상 선수가 된다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운동을 허락하고도 한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힘들면 언젠가 그만두겠지 생각했던 어머니는 중학교 3년 내내 한 번도 훈련에 빠지지 않는 그를 보고서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택시 운전사인 어머니는 경기 하남의 집에서 훈련장인 성남까지 그를 매일 데리고 다니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김민지는 “어머니를 봐서라도 꼭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그는 하루 5시간 이상의 훈련에도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는다. 그 나이 또래면 했을 법한 꾀병이나 게으름도 없다. 이 코치는 “예전에 이틀 쉬자고 하니 왜 이틀이나 쉬냐며 하루만 쉬고 다음 날 혼자 나와 운동을 했던 아이다”고 말했다. 어머니도 “집에 오면 컴퓨터로 우사인 볼트의 경기 동영상 등을 본다”고 웃었다.

그는 딱히 취미가 없다. 이유는 ‘운동하기도 바쁘기 때문’이란다. 한국 선수로는 첫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여자 단거리 결선 진출인 그의 목표가 불가능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성남=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김민지#육상#제67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여자 단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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