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떠난 자리, 외국인투수 훨훨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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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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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빈자리를 메울 새로운 ‘닥터 K’는 한화 외국인 투수 바티스타가 유력하다. 바티스타는 올 시즌 6경기서 45개의 삼진을 솎아 내 탈삼진 1위를 달리고 있다. 동아일보DB
류현진의 빈자리를 메울 새로운 ‘닥터 K’는 한화 외국인 투수 바티스타가 유력하다. 바티스타는 올 시즌 6경기서 45개의 삼진을 솎아 내 탈삼진 1위를 달리고 있다. 동아일보DB
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를 ‘닥터 K’라고 부른다. 여기서 K는 19세기 중반 야구 기록법을 고안한 미국의 저널리스트 헨리 채드윅이 쓰기 시작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스트라이크(strike)’라는 단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글자를 탈삼진의 표시로 삼았다는 것이다. ‘K’로 표시하는 탈삼진은 투수가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다. 잔뜩 달아 오른 상대 타선을 일순간에 잠재울 수 있는 결정적 무기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류현진(26)은 국내에 있을 때 불운한 에이스였다. 빈약한 팀 타선 탓에 잘 던지고도 승리를 날리기 일쑤였다. 지난해는 22차례나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고도 9승(9패)에 그쳤다. 한 자리 승수에 머물고도 다행히 류현진이 거머쥔 타이틀이 있었다. 탈삼진이다. 2006년 데뷔한 류현진은 국내에서 뛴 7시즌 동안 5차례나 탈삼진왕을 차지한 ‘닥터 K’의 대명사였다. 이전까지 탈삼진왕을 5번 차지한 투수는 선동열 KIA 감독이 유일했다.

올 시즌 류현진의 빈자리를 메울 새로운 ‘닥터 K’는 누굴까. 현재로서는 외국인 투수가 유력하다. 2008년 탈삼진왕 SK 김광현과 2011년 탈삼진왕 KIA 윤석민이 개막 초반부터 결장하는 등 제 컨디션이 아닌 데 비해 외국인 투수들은 어느 해보다 수준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현재 이 부문 1위는 한화 바티스타다. 6경기에서 36이닝을 던져 45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2위(LG 리즈·33개)부터 4위(SK 레이예스·32개)까지 모두 외국인 선수다.

바티스타의 탈삼진 행진은 주목할 만하다. 3월 30일 롯데와의 개막전에서 4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데 그쳤던 그는 4월 4일 KIA전에서 6과 3분의 1이닝 동안 역대 외국인 투수 한 경기 최다 타이인 13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닥터 K’의 면모를 과시했다. 바티스타는 4월 16일 NC를 상대로도 두 자릿수(11개) 삼진을 솎아내는 등 9이닝당 11.3개의 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류현진의 국내 통산 기록인 9이닝당 8.8개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류현진의 탈삼진 페이스는 지난해 최고였는데 9이닝당 10.3개였다. 국내 프로야구 최고 구속(162km)의 주인공인 리즈도 9이닝당 10.6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바티스타를 추격하고 있다.

류현진이 그랬던 것처럼 바티스타도 불운한 에이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팀 타선과 수비의 적극적인 도움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승리를 챙기기 위해서는 혼자 힘으로 타자를 돌려 세우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바티스타가 탈삼진 1위에 오른다면 2005년 두산 리오스 이후 외국인 투수로는 처음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외국인투수#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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